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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는 댓글 때문에 강연을 멈출 수 없네요

기사승인 2020.11.13  19: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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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인기 강사 이은정

전 세계에 코로나19의 여파는 멈출 줄 모르고 있다. 그 폐해는 경제적으로 낙후한 나라에 더 매섭게 몰아친다. 일해도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자리까지 잃는 이때에, 미얀마 사람들에게 위로와 소망을 주고 싶다는 한국인 강사가 등장했다. 현지인 수준으로 미얀마어를 구사하는 이은정 씨는 지난 5월부터 페이스북에 마인드강연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처음에는 조회 수가 1, 2만을 오락가락하더니 얼마 전에 올린 영상은 조회 수가 순식간에 70만을 넘겼다. 그는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을까? 미얀마에 거주하는 그와 영상채팅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안한 미소를 띤 중년의 그가 밝은 목소리로 기자를 반겼다. 그가 카메라 앞에 서서 강연을 하며 미얀마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이유를 들어본다.

이은정
미얀마 인기 마인드 강사. 코로나19로 대면 강연은 중단되었지만, 최근 SNS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 사람에게라도 소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시작했던 온라인 강연은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얀마에서 인기 강사라고 들었습니다.

우연히 올린 영상의 조회 수가 수직적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미얀마에서 마인드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올해 코로나19로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강연은 물론, 시장에 나가기도 어려워졌어요. 그런데 최근 젊은 사람들의 안타까운 자살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미얀마에서 18년을 살았는데, 그동안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던 이야기였어요.

제가 사는 곳은 양곤이라는 도시인데요,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시골에서 이곳으로 옵니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며 한 달에 단 하루 휴일로 쉬고 열심히 일하지만 이들의 월급은 10만 원도 안 됩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까지 터져 그 일자리마저 잃거나 몇 달째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지 생각하니 제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어요. 제가 특별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혼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그 메시지가 한 사람에게라도 전달되길 바랐는데 이렇게 호응을 클 줄은 몰랐네요.

페이스북에서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강연을 봤습니다.

미얀마 사람들은 휴대폰에서 SNS로 ‘페이스북’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MCYA’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2주에 한 번씩 강연 영상을 올리고 있어요. 5월 말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10여 개의 영상을 올렸는데 그중 하나가 ‘너는 혼자가 아니야’입니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위로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이 영상이 사람들로부터 가장 큰 반응을 받았습니까?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76만 조회 수를 기록한 ‘너와 나는 달라’라는 영상이에요. 여자와 남자가 얼마나 다른지, 왜 다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요. “그러면, 이렇게 다른 상태로만 살아야 할까요? 아니오.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조율하며 살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일부러 손해를 보기도 하고 양보도 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라는 메시지로 결론을 내렸어요. 그에 대한 사례로 저희 부부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주고, 한국 드라마를 짧게 보여주면서 이해를 돕기도 했어요. 정말 쉽고 단순한 내용입니다. 그다지 특별한 게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왜 이 강연을 좋아할까?’ 저도 의아했습니다.

미얀마 사람들이 당장 먹고사는 게 힘들어서 슬픔과 어려움에 처해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했는데, 영상 아래에 고맙다고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어요. 제가 강연할 때마다 ‘부자라서 행복하고 가난해서 무조건 불행한 것은 아니다. 결국 행복은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라는 말을 늘 하는데요, 이들도 단순히 가난해서 슬픈 것이 아니라 ‘나만 어렵다’는 고립된 생각이 그들을 슬프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미얀마 사람들이 제 강연을 보며 ‘나만 삶을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며 위안을 얻었을 것 같아요. ‘잘사는 사람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삶을 살면서 누구나 갈등이 있구나. 그래서 함께 조율해가는 것이 필요하구나. 인생이란 이런 것이구나.’

이런 메시지가 그들에게 경제적 지원보다 큰 감동을 주고 더 오래 기쁨이 되는 것을 보면서 진짜 행복은 마음에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증할 수 있었습니다.

‘미얀마 사람들이 왜 그의 강연을 좋아했을까?’ 이 질문을 두고 이은정 씨와 한참 대화를 나누었다. 미얀마는 60년간의 식민통치와 50년간의 군사독재라는 쓰린 여정을 지나왔다. 오랜 시간에 걸쳐 어렵게 자유를 얻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가난에 눌려 살고 있다. 미얀마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의 강연 내용을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말 ‘인생은 조율하며 살 수 있다’라는 이야기가 조율할 선택권조차 없던 그들에게 커다란 울림이 되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꾸준히 영상을 올리고 있는 그는 자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미얀마 사람들을 위한 큰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양곤 가까이 위치한 도시 ‘파안’의 한 고등학교에서 첫 강연을 마치고 찍었던 단체 사진. 처음에는 떨렸지만,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

유창하게 미얀마어를 구사하시던데, 어떻게 배우셨습니까?

선교사인 남편을 따라 미얀마로 온 지 벌써 18년이 되어가요.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언어를 전혀 몰라 쌀을 사는 데도 애를 먹었어요. 어떻게든 미얀마어를 배워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부동산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의 도움을 받았어요. 그분이 한국말을 할 줄 알더라고요. 저희 부부에게 필요한 500개 문장을 번역해 달라고 해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발음이 잘 안 될 때는 지나가는 초등학생을 붙잡고 물어도 봤어요. 그러다 ‘가을동화’라는 한국 드라마를 미얀마에서 방영했는데 사람들이 열광했어요. 저도 그때 드라마 자막을 일일이 캡처해서 밤새워 노트에 받아 적으며 공부했어요. 언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매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18년간 미얀마어를 배웠네요.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해요. 표현이나 말은 다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외국인이다 보니 발음이 정확하지 않을 때가 있고, 그 단어가 지닌 뉘앙스까지 고스란히 담아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강연에서 자막을 꼭 넣고 있어요. 덕분에 저 멀리 방언이 심한 지방에서도 자막을 통해 영상을 이해하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강사로 활동하신 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5년 정도 됐어요. 온라인으로 강연한 건 올해가 처음이고요. 그 전에는 오프라인으로 강연을 했어요. 미얀마의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마인드교육 강연을 주로 했고, 교육 관련 공무원들을 대상으로도 강연했습니다.

미얀마 학교나 정부에서 일찍이 마인드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나 봅니다.

제가 주지사나 대학 총장을 만나 강연할 때, 왜 미얀마에서 마인드교육을 하고 있는지 함께 설명을 드렸어요. 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어릴 적부터 ‘우리 엄마가 불쌍해. 너무 고생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이 커질수록 가난하고 무능한 아버지가 상대적으로 미웠습니다. 월급날이면 술에 취해 들어오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움을 하셨고, 저는 그 모든 것이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생 때까지 제 마음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어요.

하루는 언니가 펼쳐 보여준 성경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떤 걸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처음으로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렸고, 제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아버지의 속 깊은 마음을 더 이해하게 되었어요. ‘자식들을 정말 사랑하셨는데, 특별한 기술이나 능력이 없었던 아버지가 술의 힘에 의지해 사셨구나. 정말 고통 속에서 지내셨구나’ 하고요. 미얀마 아이들을 보면 제 어린 시절이 생각나요. 비록 저는 가난에 대한 원망과 아버지에 대한 미움으로 시간을 허비했지만, 이곳 아이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마음을 같이하면서 행복하게 살길 바랍니다. 행복한 꿈도 꾸고요.

성경에는 사람을 밝게 해주는 좋은 이야기가 많아요. 그래서 그걸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해서 강연을 준비합니다. 어느 대학의 총장님이 제 강연을 우연히 들었는데,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곳이 없다며 학교에 와서 강연을 해달라고 요청하셨어요. 그때부터 대학교, 고등학교 등 많은 곳을 다니며 강연을 시작했어요.

강단 위에 수없이 올랐지만, 아직 카메라 앞은 어색하다는 이은정 씨. 하지만 사진에 담긴 그녀의 모습은 누구보다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답변에서 미얀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집니다.

제가 어떻게 미얀마를 사랑할 수 있겠어요?(웃음) 처음 미얀마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 너무 더워서 날씨에 지치고 잠도 잘 수 없었어요. 말은 전혀 통하지 않는데다가 수도를 틀면 녹물이 나오고, 거리마다 쓰레기가 발에 걸리고 까마귀가 많은걸 보면서 입에서 불평만 쏟아내며 ‘여기서 뭘 할 수 있겠나’ 싶은 막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 두 사람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고 우리와 함께하려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미얀마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현지인들, 순수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곳엔 정말 많아요.

이번에 온라인 영상을 제작하는 것도, 이윤 한 푼 남지 않는 일인데 영상 촬영부터 자막, 디자인, 의상까지 10여 명의 현지인들이 한 팀이 되어 기쁜 마음으로 도와주고 있어요. 이렇게 따뜻한 미얀마 사람들의 마음을 만나다 보니 제가 어느새 제가 미얀마를 사랑하고 있더라고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코로나가 계속되는 한 강연 영상을 꾸준히 올리려고 합니다. 현재 토크쇼 영상도 찍으며 진행 방식을 조금 바꿔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사실, 이번에 온라인으로 강연을 시작한 건 모두 남편 덕분이었어요. 저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무척 부담스러워합니다.

저 혼자선 강사에 도전하는 것을 상상도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남편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어요. 제가 살림만 하며 살지 않길 바라더라고요. 제게 “당신도 나랑 같은 길을 가고, 미얀마 사람들을 위하는 일을 같이 하는 사람이야”라고 이야기해요. 제가 남편한테 늘 “일 좀 만들지 말라”며 핀잔을 주지만 사실은 고마워요.

이전에는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 ‘나보다 강연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라는 생각에 움츠러들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일을 경험하면서 ‘내가 강연을 아주 유창하게 하진 못해도 내가 하는 강연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구나’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래서 이젠 물러서지 않고 이 일에 더 몰입하고 싶어요. 미얀마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요.

고은비 기자 press49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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