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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반하여 자연을 담다

기사승인 2020.11.17  10: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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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화’라 부르는 꽃 예술

사람은 작은 풀잎에도 아름다움을 느끼고, 쉼을 얻는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 담긴 예술이 꽃 누르미 ‘압화’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게 하는 ‘압화’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네잎클로버나 예쁜 나뭇잎을 책 사이에 끼워 편지지나 책갈피로 사용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처럼 꽃과 잎들의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간직하고자 만들어진 꽃 예술이 바로 ‘압화押花’이다.

‘꽃 누르미’라고도 불리는 압화는 꽃과 식물, 열매, 잎, 줄기, 과일, 채소 등을 물리적인 방법이나 인공적인 기술로 눌러 건조시켜 색과 형태를 그대로 유지시키고, 이를 활용해 평면적 혹은 입체적으로 작품을 표현하는 조형창작예술이다.

꽃뿐만 아니라 어린잎, 벌레 먹은 잎, 나무껍질, 이끼, 해초 나무뿌리 등 활용할 수 있는 소재가 다양하기 때문에 풍경화, 정물화, 시화, 추상화 등 다양하고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며 액세서리, 카드, 조명등, 가구, 다양한 생활소품에도 활용할 수 있다.

<환희> 화단에 핀 개양귀비꽃의 화려한 색감에 반해 몇송이 얻어와 액자에 담았다.

압화를 만드는 3단계, 채집하고 누르고 만들기

압화를 만들기 위한 가장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야생화를 채집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계절마다 각기 다른 모양, 색감, 향기를 가진 꽃이 피고 같은 꽃이라도 자라나는 지역, 환경, 채집시기에 따라 색과 질감들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특정 꽃을 선호, 수집하기보다는 계절마다 피는 꽃과 지나가다 만나는 꽃을 그때그때 조금씩 모아두면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야생화를 수집하고 나면 이를 건조시키는 ‘누르미 과정’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는 압화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순서는 다음과 같다. 건조매트위에 꽃화지를 올려놓고, 그 위에 꽃을 놓는다. 그리고 다시 그 위에 꽃화지를 올려놓고 건조매트를 위에 올린다. 이런 과정을 여섯 번 반복해 쌓아올린 후, 비닐에 넣어 동봉하면 며칠 뒤 누름꽃이 완성된다. 이때 꽃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모습과 색을 잘 살리는것이 가장 중요하다. 꽃의 두께나 수분 함유량 등 소재에 따라 누르미 기법은 조금씩 달라진다.

여기까지 준비되면 용도에 맞는 재료로 만들기를 할 수 있다. 종이 위에 누름꽃을 붙여 카드나 책갈피를 만들 수도 있고, 컵받침, 스탠드, 목걸이 등 오브제에 따라 다양한 소품이 만들어진다. 풀로 붙이는 방법 외에 진공기법을 사용해 그림 작품까지 만들 수 있어 활용의 폭이 다양한 만큼 만드는 방법도 수 십 가지에 이른다.

<꽃이랑 노닐다> 자연속에서 즐겁고 신나게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마음을 압화로 표현했다.

따뜻한 이치를 담고 있는 자연

꽃을 들여다 볼 마음의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부족한 이 시대에, 나는 매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지인의 집에 놀러갔다가 화단에 핀 개양귀비꽃의 화려한 색감에 반해 몇 송이 얻어와 액자에 담기도 하고, 길을 걷다 돌짝밭에 앙증맞게 자란 강아지풀이 눈에 띄어 소중하게 담아와 액자로 만들기도 했다.

4월 중순, 아주 잠깐 동안 금빛에 가까운 황갈색을 띠는 참식나무 새순을 구하러 제주도까지 날아간 적도 있었다. 오래도록 자연을 보지만 항상 예쁘고 새롭다.

인간에게 자연은 특별한 존재이다. 특히 초록은 심미적 기능 외에도 눈의 피로감, 신경과 근육의 긴장완화, 정서적 위로와 안정감, 집중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나 또한 20여 년간 압화를 하면서 성격이 차분해진 것을 느낀다.

특히, 자연에 담긴 깊은 뜻을 느낄 때 그렇다. 그저 밟히고 버려지는 풀들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주인공이 되어 너무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을 본다. 밭둑이나 논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쇠뜨기는 농부들에게는 베어내기 바쁜 골칫거리이다. 하지만 나는 쇠뜨기를 채집하기 위해 봄을 기다리고, 쇠뜨기를 채집할 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쇠뜨기를 이어 참새를 표현하기도 하고, 멋진 바구니를 만들기도 한다. 벌레 먹은 잎에도 아름다움을 느끼고, 겨우내 땅에 떨어져 녹아난 잎들을 소중하게 느끼게 해주는 것은 압화밖에 없지 않을까.

나는 이들을 보며 내가 잘났다고 잘난 체 할 수도 없고, 못났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자연과 가까이 지낼수록 자연스레 느끼는 자연의 이치는 늘 깊고, 따뜻했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또 그 속에 담긴 자연의 깊은 뜻도 느낄 수 있다는 것, 내가 압화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이브의 사과> 붉게 물든 화살나무잎으로 사과를 표현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어릴 적부터 꽃을 좋아했던 나는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지만 가정 형편상 그림을 전공할 수는 없었다. 세월이 흘러 전업주부로 살다가 20년 전에 우연히 취미 생활로 압화를 시작했다. 생활의 활력소로 여겼던 취미 활동이었는데, 꽃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그 생동감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매료되어 20년을 보내는 동안 어느새 전문가가 되어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늘 편하고 행복한 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새로운 압화제품 개발을 시도하면서 실패를 겪은 적도 수없이 많았고, 때로는 생활을 위해 작품이 아닌 제품을 수없이 만들어야 했던 어려운 시절의 절실함도 있었다.  하지만 봄에 폈던 꽃이 지면 여름에 또 꽃이 피고, 가을 겨울에도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각각의 색감, 모양, 향기가 모두 모여 아름다운 것처럼, 실패나 어려움도 함께 있었기에 내 마음에 압화를 향한 마음이 더 깊고 짙어졌다.

오선덕 씨가 연구개발한 무궁화 코사지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압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강연도 하고, 무궁화 전문기업으로 성장 하면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교육 키트도 판매한다.  전문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1~2년이 걸리지만, 책갈피 등을 만드는 것은 초보자도 세 시간이면 만들 수 있다.

압화에서는 수국이 하늘이 되고, 상추가 배경이 되고, 나무껍질이 바위가 된다.  자연이 선물한 색을 머금고 있는 꽃이나 식물로 작품을 만드는 즐거움은 직접 해봐야만 알 수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마음도 힐링하고 싶다면 누구든지 압화를 시작해보길 권한다.

글=오선덕(압화예술가)
한국예술문화 압화 명인. 국제식물공예협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주식회사 에이치이엔 대표이
다. 20여 년 전 압화에 매료되어 제2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압화 강연을 꾸준히 하며 그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또한 2010년부터 독도, 한글, 무궁화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들었고, 지난 해 국무총리로부터 국가상징 선양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오선덕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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