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지고 왔으며,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와의 싸움 속에서 2021년 우리 삶과 경제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21년 10대 트렌드 키워드’를 ‘카우보이 히어로 COWBOY HERO’로 선정했다. 광우처럼 날뛰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잡아내길 바라는 희망을 담은 올해의 사회 트렌드를 책을 통해 살펴본다.

#1 V-노믹스 시대의 도래 『Coming of ‘V-nomics’』

V-노믹스는 ‘바이러스Virus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를 의미한다. ‘비대면’이 사회 전반의 대세가 되었지만, 2021년에는 대면 서비스가 적절하게 결합해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즉, 재택과 출퇴근의 황금비율을 찾아갈 것이며, 교육도 온·오프라인 수업이 균형을 이뤄가는 형태가 된다.

온라인 주문 및 음식 배달업이 급속히 성장한 유통업계는 비대면과 대면이 유연하게 뒤섞이는 ‘경험 배송’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오늘 도착 서비스’의 경우, “택배 왔습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배달 기사가 박스를 개봉해 스마트폰을 꺼내서 개통부터 기존 폰의 데이터 이전까지 그 자리에서 해결해 준다. 대면과 비대면의 중간 영역에 존재하는 ‘경험 배송’은 사람들에게 더 호응을 얻을 것이다.

#2 옴니-레이어드 홈 『Omni-layered Homes』

패션에서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것을 ‘레이어드 스타일’이라 한다. 겹겹이 옷을 입어 다양한 멋을 내듯이, 집의 기능도 다양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용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집은 수면과 휴식이라는 기본 기능을 충실히 해내면서 코로나19로 인해 건강과 면역과 관련된 위생적인 면을 더 강화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재택근무라는 또 다른 기능이 추가되면서 집은 콘서트, 쇼핑, 운동, 학습, 근무 등 오피스와 놀이공간으로 다양화된 양상을 갖게 된다. 여기에 슬리퍼를 신고 다닐 수 있는 가까운 거리가 행동반경이 되면서 집을 중심으로 동네 상권이 강화될 것이다.

#3 자본주의 키즈 『We Are the Money-friendly Generation』

돈과 소비에 대한 편견이 없는 새로운 소비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광고·시장·금융 등 자본주의적 요소에 친숙하고 자본주의 생리를 몸으로 체득한 세대가 소비의 주체로 성장한 것이다. 이 새로운 소비자들을 ‘자본주의 키즈’라고 부를 수 있다. 젊은 세대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고, 자본주의적 어법을 제1언어로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본주의 키즈에 해당한다. 이들은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지만, 구매 과정에 많은 공을 들이며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큰돈은 아니더라도 그 돈을 묵혀두기보다 빠르게 회전시키며 불리는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무작정 물질주의적이거나 충동적이지 않은이들은 ‘행복은 충동적으로, 걱정은 계획적으로’ 할 줄 알아서 새로운 V-노믹스 시대를 이끌게 될 것이다.

#4 거침없이 ‘피보팅’ 『Best We Pivot』

피보팅pivoting이란 ‘축을 옮긴다’는 뜻의 스포츠 용어인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사업 전환을 일컫는 중요한 경제용어가 됐다. 바이러스 확산이나 트렌드 변화로 소비 시장이 급격히 바뀔 때, 기민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환은 조직의 생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그런데 이제 피보팅은 조직운영 전반의 중요한 트렌드로 확장하고 있다.

한 예로, 넷플릭스는 비디오테이프를 우편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시장의 변화로 위기를 맞아 온라인 영화 플랫폼으로 전환해 크게 성공한 사례다. 피보팅은 새로운 아이템과 기술로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 필수적이지만,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는 기업에게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디지털대변혁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의 도약을 앞둔 지금, ‘거침없이 피보팅’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5 롤코라이프 『On This Rollercoaster Life』

1995년 이후에 출생한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인 Z세대 삶의 방식은 짜릿한 재미가 특징인 롤러코스터와 닮았다 해서 ‘롤코라이프’라 이름한다. 이들의 특징은 첫째, 유행하는 이벤트나 챌린지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둘째, 예측 가능하거나 반복되는 것을 지루해한다. 이들은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문화콘텐츠, 예컨대 ‘곰표 패딩’, ‘곰표 밀가루 쿠션’ 같은 컬래버레이션에 열광한다. 셋째, 하나의 유행이 끝나면 뒤돌아보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난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이들을 ‘롤코족’이라 부른다. 이들을 위한 성공전략은 미완성일지라도 재빠르게 치고 빠지는 ‘숏케팅’이 유용하다.

#6 오하운, 오늘하루운동 『Your Daily Sporty Life』

운동이 일상이 된 시대, 2030세대에게 운동 붐이 일고 있다. 운동 열풍은 단지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에 생긴 것만은 아니다. 자기 관리에 투철한 MZ(밀레니엄+Z세대)의 세대적 특성, 운동으로 성취감을 찾으려는 경향, 관련 기기 및 플랫폼 시장의 성장 등 복합적인 원인이 일으킨 현상이다. 운동의 일상화는 소비자가 시간을 소비하는 가치관의 변화를 알려주는 것이며, 한국인의 삶의 기준이 성취와 경쟁에서 즐겁고 건강한 가치를 찾는 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7 N차 신상 『Heading to the Resell Market』

단순히 남이 쓰던 상품이 아니라, 몇 번째 받아쓰더라도 새것에 버금가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중고품은 이제 ‘신상품’과 다름없다. 이러한 현상을 ‘N차 신상’이라 지칭한다. ‘여러 차례’ 거래되더라도 ‘신상품’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지는 트렌드를 표현한 것이다. N차 신상의 판이 커지게 된 원인으로는 구매할 때 처분까지 생각하는 시대의 도래, 공유에 너그럽고 싫증을 빨리 내는 MZ세대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소비의 증가, 쉽고 안전한 거래 플랫폼의 발달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물건만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재능도 사고판다. 좋아하는 캐릭터 그림이나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하고, 다이어리 꾸미기용 스티커를 직접 제작해서 팔기도 한다. 또한 중고마켓 이용자들은 비슷한 취향의 구매자나 판매자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N차 신상의 큰 장점으로 꼽는다.

#8 CX 유니버스 『Everyone Matters in the ‘CX Universe’』

내 친구는 스타벅스 커피만 마신다. 다른 브랜드의 커피는 관심 밖이다. 어느 곳에서나 장소의 제약 없이 스타벅스 앱을 통해 주문을 한다. 매장으로 걸어가면서 음료 제조 과정을 확인하고 매장에서 기다리는 시간 없이 음료 픽업을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고객에게 더 편리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CX의 결과물이다.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이란? 고객이 상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는 모든 과정에서 겪는 감정과 반응을 기획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고 상품과 서비스의 매력도를 높임으로써 제품에 대한 신뢰도와 충성심을 얻을 수 있다. 한번 고객이 평생 고객이 되는 것이다.

#9 자아 찾기 ‘레이블링 게임’ 『‘Real Me’: Searching for My Own Label』

최근에 다양한 유형의 자기진단 테스트 및 성격 유형을 분석해주는 심리 테스트들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다원화 시대에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는 현대인의 갈구로 해석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스스로 고립된 상태로 지내는 사람들이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일컬어 ‘레이블링 게임Labeling Game’이라는 용어를 제시한다. 즉, 자기 유형에 딱지(레이블)를 붙인 뒤 그러한 삶에 동조하고 따름으로써 불확실한 정체성을 해소하려는, 게임화된 노력이다.

#10 언택트 시대에 더욱 절실해진 ‘휴먼 터치’ 『‘Ontack’, ‘Untact’ with a Human Touch』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조명 받는 트렌드는 ‘언택트’ 기술이다. 첨단 기술은 발전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의 따듯한 감성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한다. 따라서 언택트 기술은 인간과의 단절이나 대체가 아닌, 인간적 접촉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진정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휴먼터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객중심의 공간꾸미기가 요구되며, 인간적 소통의 강화 및 사람의 숨결을 불어넣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더불어 내부 직원들의 마음 교육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인간의 손길은 어떤 험한 환경과 기계화된 세상에서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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