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첫 감염 뉴스가 전해진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코로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고, 아직도 우리 곁을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수백 만 명이 귀한 생명을 잃는 재앙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신약 개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는 그 속에서 또 다른 희망을 보았다.
2020년에 코로나바이러스를 주제로 발간된 논문이 20만 편을 넘었는데, 이것은 전체 바이오 계열 주제 논문의 6%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한다. 특정 연구대상에 대해 이렇게 짧은 기간에 많은 논문이 쏟아져 나온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의 끝을 보여주는 가장 기쁜 소식은 백신 개발 성공 소식이다.
흔하고 평범한 바이러스가 세상을 바꾸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포함하여, 사스SARS, 메르스MERS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과에 속한 바이러스를 총칭한다. 사망 위험성이 큰 에이즈 바이러스HIV나 독감 바이러스와 달리, 코로나바이러스는 최근까지 학계의 주된 연구대상이 아닌 흔하고 평범한 바이러스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출현하여 세상을 뒤흔들면서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우리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어떤 경우에 이 바이러스가 사망을 일으키는지 명확히 예측하지 못하며, 무증상 감염자가 강한 전염성을 보인다는 점, 완치 후에도 환자들이 후유증을 앓는다는 점 등 상식을 깨는 걱정거리들이 많다.
코로나19의 특징 중 하나는 우리 몸의 선천성 면역 시스템을 억제한다는 점이다. 선천성 면역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와 같은 외부 침입 인자가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일차적으로 대응하여 싸우는 면역 시스템을 말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들어와 일선의 경비병들을 무력화시키고, 마침내 폐와 다른 장기들로 급속히 감염을 확산시키면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그리고 사람의 몸을 숙주로 삼아 주로 호흡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 나간다.
감염 자체를 예방하는 백신의 원리
코로나바이러스에 가장 좋은 대응 방법은 애초에 감염되지 않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한번 퍼진 후에 치료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이 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한 최적의 무기는 백신이다.
항바이러스제제나 항체치료제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에 투여하여 바이러스를 직접 억제하고 질병의 증상을 치료하는 의약품이다. 이와 달리, 백신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 외부 침입자인 바이러스와 스스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줌으로써 감염 자체를 막아주는 의약품이다. 백신은 바이러스의 일부 성분을 이루는 ‘항원’을 체내에 투여해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실제 감염 시 대항해 싸울 항체를 생성하도록 유도한다. 일종의 전투 예비 훈련을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래서 백신을 맞으면 우리 몸에 항체가 생겨서 실제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세포 침투를 막아주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게 예방해줄 수 있다.
보통 10년 이상 걸리는 백신 개발을 1년 만에 해낸 것은 ‘미션 임파서블’ 같은 일이었다. 그 성공 배후엔 정부와 국제기구로부터 전폭적 지원을 받은 백신 개발사들이 3단계를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기존의 신약 개발 절차를 깨고, 3단계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시간 단축이 가능했다.
이외에 mRNA 백신 플랫폼 기술이 팬데믹 발생 전에 이미 발명되었다는 점도 또 다른 성공 요소다. 그 기술은 아직 어떤 질환에도 최종 인허가를 받은 적이 없는 초기 임상시험 단계였는데, 이를 이용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이에 가장 선두에 선 기업이 바이오앤테크/화이자BioNTech/Pfizer와 모더나Moderna이다. 이 기술은 다른 신종 전염병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원천기술로서, 이의 빠른 검증과 적용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19가 인류에게 준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윗이 사자와 싸우면서 얻은 마음의 항체
우리 몸에 백신이 필요하듯이, 우리 마음에도 마음의 면역력을 키워주는 백신이 필요하다. 요즘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부모의 지나친 보호 아래 성장했다. 그래선지, 살면서 크고 작은 문제를 만나면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에 빠진다. 우리가 인생에서 아무 문제가 없이 꽃길만 걷는다면 좋겠지만, 삶의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많은 젊은이들이 주변 사람들을 향해 마음을 닫고 거리두기를 하고 지낸다. 그러나 문제에 부딪히지 않고 회피하기만 하면 그 자체가 피곤한 삶이 되며, 결국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세상이라는 바다를 자유롭게 항해하면서 높은 파도도 넘고 이겨내기 위해서는 마음의 ‘항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의 항체를 만들까? 우리 몸에 백신이 작용하는 것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즉, 바이러스의 일부 성분인 항원이 우리 몸의 항체를 만들어 주듯이, 우리에게 오는 작은 문제와 부담을 피하지 않고 부딪혀 가면 그에 대한 면역력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당장은 실패할 수 있지만, 왜 실패했는지 돌아봄으로써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배울 수 있다. 작은 문제에 도전하다 보면 작은 성공을 경험할 수 있으며, 그를 통해 더 큰 문제에도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얻게 된다. 동시에 내 안에 있는 잠재력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다윗이 왕이 되기 전 어린 소년이었을 때, 거인 골리앗을 이긴 원리도 이와 동일하다. 양 치는 목동이었던 다윗은 사자와 곰이 나타나서 어린 양을 훔쳐 달아나면 기어이 쫓아가 싸워 이긴 경험이 있었다.
처음부터 그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고 마음에 두려움도 컸을 것이다. 그러나 다윗은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사자의 수염을 움켜잡았고 그때 자기도 모르는 힘이 솟아나 무서운 사자도 넘어뜨릴 수 있었다. 그리고 골리앗이라는 더 큰 문제를 만났을 때 이전의 경험에서 도전할 용기와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다윗이 만난 사자처럼 피하고 싶은 문제와 부담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당장 피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피해버린 그곳이 내 인생에 넘을 수 없는 한계선이 되어, 그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안에서 맴도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내 앞에 있는 불가능한 문제에 맞서 싸우고, 마침내 어렵사리 이긴 경험이 생길 때에 우리는 더 큰 부담을 만나더라도 떨쳐낼 수 있는 마음의 항체를 얻는다. 그 힘은 곧 인생의 지평을 마음껏 넓혀주는 바탕이 된다. 그 길을 가면서 나를 도와주는 여러 손길들을 만나고, 그들의 도움을 통해서 더 성장한 나는 마음에 ‘감사’라는 또 다른 형태의 항체를 얻는다.
백신에 도전한 우우르 샤힌 박사 부부
앞서 언급한 mRNA 백신은 1990년대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여러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 상용화도 어려웠다. 그러나 이 기술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보고 연구를 지속한 우우르 샤힌Uğur Şahin 박사는 마침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독일 바이오앤테크의 대표이사인 그는 터키 이민 2세이다. 가난한 공장 노동자로 일했던 부모 세대와 달리, 그는 의과대학에 진학했고 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같은 분야에서 연구하는 아내를 만나 함께 혁신 신약개발을 하는 바이오앤테크를 설립했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손잡은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코로나19 백신을 출시할 수 있었다. 이것은 그가 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넘어지지 않고, 신기술 개발 과정에서 오는 여러 한계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도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로써 인류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큰 성과를 얻었으며, 세계 500대 부호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가 되었다. 성공과 행복은 항상 문제와 부담이라는 껍질에 싸여 있다. 껍질에 눌려 마음에서부터 지느냐 아니면 껍질을 깨고 나올 마음의 힘을 기르느냐가 인생의 진로에 엄청난 각도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젊음은 용광로와 같은 열정을 가졌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도전할 수 있는 건강한 몸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젊을 때 작은 어려움에 맞서 도전하고, 싫은 상황에도 견뎌보며, 점점 더 큰 어려움에 부딪혀 보라. 마음의 항체가 생겨서, 이전에 감당할 수 없었던 문제도 이겨내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 전성기를 맞은 그 인생은 글로벌 무대로 지경을 넓혔을 것이다.
글쓴이 박재한
미국에 있는 바이오신약 개발사 ‘나우젠’ 대표이사.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컨설턴트 및 국내외 혁신 바이오기업 전략/사업개발 임원을 역임했다. 물리학과 생명공학을 전공한 과학자이자 사업가이다. 나우젠(NAUGEN, Inc.)은 새롭고(Novel), 진보적이고(Advanced), 전례 없는(Unprecedented) ‘NAU’ 기술과 제품들을 발굴하여 사업화하는 회사로서, 현재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코로나19는 물론, 면역항암 신약 및 진단법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성장기에 있는 세 아들을 둔 그는 틈틈이 청소년 인성교육자로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