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상대의 약한 부분을 이해하고 그 약점을 감싸주면서 서로를 위하며 살면 약점도 미움도 이길 수 있는 사랑을 갖게 된다.

멕시코 톨루카에 ‘클라라’라는 대학교 2학년의 예쁜 여학생이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과 함께 네 식구가 살고, 아버지가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톨루카에서는 괜찮게 사는 집이었다. 클라라는 얼굴도 예뻐서 학생들이 모두 부러워했고, 인기도 좋았다.

이 강연이 끝나면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세요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는 IYF(국제청소년연합)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데, 2009년엔 멕시코 톨루카에서 월드캠프를 가졌다. 2,600여 명이 참석한 캠프에서 나는 대학생이 가져야 하는 마인드에 대해 매일 오전과 저녁 두 차례씩 강연을 했다.

세계에 수많은 대학교가 있지만 마음의 세계에 대해 가르치는 곳은 없기에, IYF에서 하는 마인드교육은 상당히 인기가 있다.

월드캠프 첫날 저녁 마인드 강연 때였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마음의 구조와 교류‧사고력‧자제력에 대해 주로 강연하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 내용을 좋아한다. 첫날 저녁 강연을 마치면서 2,6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일러스트 안경훈
일러스트 안경훈

“여러분, 이 강연이 끝나면 아버지에게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세요. 아버지는 고마운 분이지요? 아무 대가 없이 여러분을 위해 일하시고,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아버지가 없다고 생각해 봐요.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러니까 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한번 말해 보세요. 고마웠던 부분을 이야기하며 감사하다고 해보세요. 그리고 아버지에게 실수했거나 잘못한 일도 솔직하게 말씀드려 보세요. 그런 전화를 해본 적 없지요? 오늘 꼭 그렇게 해보세요. 그러면 집안이 훨씬 따뜻해져요. 지금까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도 괜찮아요. 오늘 처음 말해 보고, 그 다음에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을 잘 들어 보세요. 만일 아버지에게 이야기하기가 정 힘들거나 어색하다면 망고나무나 코코넛나무에게라도 아버지가 고맙다고 말해 보세요.”

그날 밤, 강연이 끝나고 학생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서 전화를 했다.

가족이 함께 살지만 모두 바빠서 가족 간에 대화가 부족한 가정이 많다. 특히 자녀들이 부모와 대화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지내다가 자녀가 부모와 함께 이야기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집안 분위기가 부드러워진다. 가족들 사이가 더 가까워지고 마음에 희망이 생긴다. 아버지가 으레 잘해 주시고 어머니가 희생하시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사는 자녀들이 많다. 부모님이 당연히 하시는 일이지만, 자녀들이 감사할 때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아빠, 나는 아빠 때문에 행복해요. 친구들 가운데 부모님이 이혼해서 아버지 없이 사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은 엄마가 직장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 사는 게 많이 어려워요. 나는 아빠가 있어서 그런 걱정 없이 살아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그래서 아빠를 위해서 무엇이라도 하고 싶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감사하다는 말이라도 꼭 하고 싶어요. 아빠, 감사해요.”

아버지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면 마음에서 아버지가 더 가깝게 느껴지고, 가정이 얼마나 아름다워지는지 모른다. 자녀가 그렇게 할 때 아버지의 마음도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진다.

그날 밤 학생들이 다 밖으로 나가서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멕시코에는 아버지가 없는 학생들도 많아서, 그런 학생들은 어머니나 삼촌에게 전화를 했다.

산다는 게 이런 건가? 꿈꾸던 사랑이 조각나고

이튿날, 아침 식사도 아직 하지 않은 이른 시각에 승용차 한 대가 캠프 장소로 들어오더니 차에서 중년의 신사가 내렸다. 그 신사는 캠프 진행부 사무실로 찾아가서 말했다.

“내 딸이 여기 캠프에 참석했습니다. 이름이 클라라입니다. 지금 내 딸을 만나고 싶습니다.”

클라라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남자친구가 클라라에게 찾아와 들고 온 가방을 열어 보였다. 가방 안에는 100달러짜리 지폐가 가득 들어 있었다.

“이게 무슨 돈이야?”

“이거 훔친 거 아냐. 내가 지금까지 모은 돈이야.”

“그 돈으로 무얼 하려고?”

“알고 싶어? 이 돈을 가지고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캐나다에 가서 살려고 그래.”

“그 사람이 누군데?”

“누구긴 누구야? 클라라지.”

클라라는 정말 기뻤다. 그래서 캐나다로 갈 준비를 했다.

캐나다로 둘이 떠나는 날, 아버지가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급히 공항으로 달려갔다. 아버지는 클라라에게 간절히 말했다.

“클라라, 지금 네가 이렇게 하는 것은 시기가 너무 일러. 지금은 대학에 다니고, 졸업한 뒤에 이렇게 해도 늦지 않아. 클라라야….”

아버지는 딸을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했지만, 클라라는 남자친구와 함께 캐나다로 가고 싶은 꿈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결국 남자친구를 따라 클라라는 비행기에 올랐고, 아버지는 속상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클라라와 남자친구가 캐나다에서 지낸 삶이 그렇게 행복하진 않았다.

두 사람이 하루 종일 같이 있다 보니 부딪히는 일들이 많아졌다.

돈도 벌지 않고 쓰기만 하니까 점점 줄어들었다. 하루는 남자친구가 말했다.

“클라라, 이거 왜 샀어?”

“응, 그거 필요해서.”

“클라라, 필요한 것은 알겠지만 지금 돈이 얼마 없는데 이걸 사면 어떻게 해?”

“꼭 필요했단 말이야.”

말다툼이 일어났다. 클라라도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꼭 필요한 물건이어서 샀는데 그것을 뭐라고 하는 남자친구가 너무 야박하게만 느껴졌다.

그날은 그렇게 다툼이 끝났지만 두 사람의 감정은 상할 대로 상했다. 이후로도 이런 일 저런 일로 부딪힘은 끊이지 않았다.

행복을 꿈꾸며 찾아간 캐나다, 즐거울 때도 있었고 재미있는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일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언제부턴가 말수가 줄어들었다. 같이 지내는 것이 꿈처럼 행복했는데, 이젠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캐나다에 간 지 6개월이 되었을 때, 클라라는 어떻게 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멕시코에서 따로 살 때에는 보고 싶고 그리웠는데, 그러다 둘이 만나면 함께 있는 것이 좋고 즐거웠는데, 이제는 남자친구 얼굴을 대하는 것이 싫었다.

대화할 때마다 서로 의견이 달라 마음이 너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남자친구의 단점이 자꾸 보이고, 함께 지내는 것이 갈수록 부담스러웠다.

두 사람은 의견이 다르고 마음이 맞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어느 날, 클라라가 입을 열었다.

“나, 멕시코로 돌아갈래.”

남자친구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래도 가지 말라고 나를 잡을 줄 알았는데….

클라라는 섭섭했다. ‘남자친구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구나. 우리가 서로 좋아하고 행복한 때도 있었는데 왜 이렇게 되었지?’ 그날 클라라는 울었다. 자신도 옛날 같지 않고, 남자친구도 옛날의 그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게 변한 남자친구가 원망스럽고 미웠다.

‘우리는 서로 맞지 않는구나. 그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점만 보이려고 했던 거야. 그래서 같이 지내다 보니 서로 좋지 않은 면도 보게 되었던 거고. 남자친구가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나를 사랑하는 척해. 남자가 마음이 너무 좁아. 그래, 나도 이제 지쳤어.’

몇 번 고민했지만, 그곳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떠나기로 마음을 정했다. ‘내가 떠나가면 시원하겠지? 산다는 게 이런 건가?’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아빠 죄송해요, 나는 나쁜 딸이에요

며칠 후, 클라라는 혼자 멕시코행 비행기에 올랐다. 멕시코에 도착해 공항에서 입국 신고를 하고 나오는데, 공항 로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가 보였다. 한편으로는 너무 반가웠지만 아버지가 부담스러웠다. 멕시코를 떠나려고 했을 때 아버지가 말렸던 일이 생각났다.

‘이제 아버지에게 뭐라고 말하지….’ 달려가서 “아빠,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잘못한 일을 생각하니 아버지를 대하기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아버지가 자신을 보지 못하게 숨어버렸다. 그리고 다른 통로로 공항을 빠져나와 집으로 갔다.

아버지를 만나기 싫어서 집에 와서도 자기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 자는 척했다. 아버지가 회사에 출근할 때까지 누워 있다가 출근하고 나면 일어났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흘러갔다.

그렇게 지내다가 클라라는 톨루카에서 열린 IYF 월드캠프에 친구들과 함께 참가했다. 클라라는 캠프 첫날 저녁에 마인드 강연을 귀 기울여 들었고, 강연 말미에 내가 한 이야기도 들었다.

“모두 아버지에게 전화해 보세요. 아버지에게 고마웠던 부분을 이야기하며 감사하다고 해보세요. 그리고 아버지에게 실수했거나 잘못한 일도 솔직하게 얘기해 보세요.”

클라라는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자기 마음을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색한 관계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클라라는 밖으로 나가 나무 아래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고, 아버지가 금방 전화를 받았다.

“클라라, 캠프에서 잘 지내니? 밥은 잘 먹고?”

아버지의 입에서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많은 말들이 금방 쏟아져 나왔다. 클라라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빠, 죄송해요. 나는 나쁜 딸이에요. 용서해 주세요.”

아버지와 딸 사이에 이야기가 오가고, 아버지도 울고 클라라도 울었다.

이튿날 날이 밝자 아버지는 차를 몰고 캠프 장소로 왔다.

“내 딸이 여기 캠프에 참석했습니다. 이름이 클라라입니다. 지금 내 딸을 만나고 싶습니다!”

캠프 진행팀에서 클라라를 찾는 방송을 했고, 저 멀리서 클라라가 뛰어왔다. 아버지는 클라라를 덥석 안았다.

“아빠, 죄송해요. 나는 나쁜 딸이에요.”

아버지도 울고 클라라도 울고, 주위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학생들도 모두 울었다.

사람이 서로 화목하고 마음을 같이하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 후 클라라는 결혼했고 지금은 엄마가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서로 흐르는 것, 서로 이해하는 것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음이 흐르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으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상대의 약한 부분을 이해하고 그 약점을 감싸주면서 서로를 위하며 살면 약점도 미움도 이길 수 있는 참 사랑을 갖게 된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다. 예수님의 그 사랑을 느끼면서 우리도 사랑의 폭이 커진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권위자이다. 성경에 그려진 마음의 세계 속에서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을 찾아내, 이를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를 비롯해 총 5권의 마인드북과 <마인드교육 교사를 위한 전문가 과정>을 집필했으며, 신앙서적도 59권을 출간하였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