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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제대로 배우면 새로운 세상이 열려요

기사승인 2021.06.05  20: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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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반경을 넓히는 비결

영어, 나는 할 수 없어

중학교 시절부터 영어는 나에게 ‘외계어’ 그 자체였다.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이해가 안 되었고, 쉬운 단어조차도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몰랐다. 아무리 공부해도 영어 점수는 항상 하위권을 맴돌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영어는 더더욱 어려워졌고, 나는 아예 ‘영포자’가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공부해봤자 영어 과목은 점수가 안 나오니까 다른 과목에 집중해 공부했다.

그리고 ‘나는 영어가 필요하지 않아. 못 해도 살아가는 데 지장 없어!’라며 나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그리고 영어를 못 해도 잘살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영어말하기 대회를 나가라고요?

스무 살 때였다. 대학생이 된 나는 ‘해외봉사 동아리’에 가입했고, 꿈에 그리던 해외봉사를 어떻게 갈 수 있을지 상상하며 들뜬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동아리 회원 모두 영어말하기 대회에 나가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머릿속에는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고, ‘영어를 아예 못 하는데 무슨 영어말하기 대회야’ 하면서 못 들은 척 무시했다.

하지만 그 무시는 오래 가지 못했다. 대회에 나가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피하다가 지도 교수님과 상담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교수님은 나를 따로 불러서 원고를 내지 않은 이유를 물으셨고, 나는 지금까지 영어를 얼마나 싫어하고 피해왔는지를 다 말씀드렸다. 이야기를 들으신 교수님께선 “내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니까 부담스럽다고 피하고, 하기 싫다고 안 하는 학생들은 그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 발을 내디뎌보면 더 넓고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는데 그 부담을 넘지 못하니까 한계 안에서만 지내더라. 나는 네가 두렵고 싫겠지만 한 번만 내 이야기를 듣고 나가보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이상하게 교수님이 이끌어주시는 대로 해보고 싶었다. ‘내 발표를 듣고 사람들이 비웃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교수님 말씀처럼 매번 피하기만 했던 영어에 대한 높은 산을 넘어보기로 했다.

어느덧 예선 날이 왔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떨고 있었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하루 만에 만들어낸 영어 원고를 한 손에 들고 있었다. ‘그래, 외워서 발표까진 못하더라도 원고를 읽고라도 내려오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 드디어 내 순서가 되었다.

내 이름이 호명되어 무대 위로 걸어나가는데, 순간 앞이 흐릿해졌다. 원고를 쥐고 있던 손에서 땀이 나고 다리가 덜덜 떨렸다. 그래도 마이크가 있는 곳까지 무사히 걸어가 들고 있던 원고를 펴고 읽기 시작했다. 속으로 ‘그래, 원고를 읽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만 이걸 다 읽으면…’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나는 정신을 잃고 무대 위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학생, 괜찮아? 일어날 수 있겠어?”

얼마 동안 쓰러져 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나를 깨우는 소리가 들리고, 천천히 눈이 떠졌다. 내 앞에는 내 어깨를 흔들며 깨우는 분이 보였다. 그분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 아래로 다시 내려왔다.

레소토에서는 누구를 만나든 해맑게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파란색 옷을 입은 세 사람 중 오른쪽이 윤현아.

그래도 다시 해보자

그 광경을 다 지켜보신 교수님이 무대 아래로 내려와 있던 나에게 오셨다.

“현아야, 괜찮니? 혹시 오늘 몸이 안 좋았던 거니?”

“아니요. 아프지 않았는데, 영어를 너무 못 해서 긴장했던 거 같아요….”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그런데 바꿔 생각해 보면, 네가 이렇게까지 영어를 못 하고 부담스러워했는데 그걸 이기고 영어를 잘하게 됐다는 너만의 이야기가 생겨. 그리고 그 이야기로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도 줄 수 있어.”

“제가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해외봉사 가고 싶다고 했지?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로 지원해보자. 거기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문화도 경험하다 보면 어느새 영어 실력이 성장할 거야.”

무대에서 내려올 때까지만 해도 ‘역시 나는 안 돼. 내가 무슨 영어를 해보겠다고?’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이 장애물을 넘으면 내 삶에 변화가 생기고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로 해외봉사를 가기로 결심했다.

댄스 아카데미 시간에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영어로 가르칠 수 있을까? YES!

나는 아프리카 중에서도 ‘레소토’라는 나라로 해외봉사를 떠났다. 그곳은 현지어인 레소토어와 영어를 공용으로 사용했다.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도시에 가면 간혹 영어를 못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아주 능숙하게 구사했다.

그곳에서 나는 처음부터 말문이 막혔다. 나는 그 나라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같이 해외봉사를 온 단원들도 각각 다른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영어로만 대화가 가능했다. 다른 단원들은 서툴게라도 영어를 할 줄 알았지만 나는 영어를 전혀 못했기 때문에, 언제나 다른 단원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을 무렵, 레소토 지부장님이 나에게 ‘댄스 아카데미’ 교사를 맡기셨다. 매주 토요일에 현지인들에게 댄스를 가르치는 아카데미로, 춤도 못 추고 영어도 하지 못하는 나에게 그 일을 맡기시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현지인들에게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현아 씨

매주 어떻게 댄스를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하던 나를 도와준 사람이 있었다. 태국에서 해외봉사를 온 눅Nook 언니였다. 언니는 이상한 나의 영어 발음과 억양을 고쳐주고, 어떻게 영어로 말하면 되는지 가르쳐주었다. 매일 언니에게 모르는 걸 물어보고, 수업 시뮬레이션을 해보면서 어느새 영어로 조금씩 말하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댄스를 배우러 온 친구들도 나에게 영어를 가르쳐주었다.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가 있으면 그때마다 가르쳐주고 바른 문장을 알려주었다. 그들은 나의 춤 제자이자, 영어 선생님이 되었다.

그렇게 1년이 흐르고, 나는 현지인들과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을 만큼 영어 실력이 성장했다.

나의 영어선생님, 눅 언니와 함께.

나는 안돼? 아니, 돼!

전부터 나는 어린이집 교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보다 공부도 잘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대학 동기들도 취업하지 못하는 걸 보면서 당연히 나도 안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지냈다. 그런데 절대 안 될 것 같았던 영어를 하게 되니 이번엔 꿈에 도전하고 싶었다. 용기를 내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했고, 어린이집 문을 두드렸다. 이메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낼 때마다 나는 항상 “세계 최고의 보육 교사가 될 것입니다.”라고 마무리했다.

레소토에서 지부장님이 ‘현재 내 모습이 아닌,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이야기하는 훈련’을 항상 가르치셨기 때문에, 그때 배운 것을 잊지 않고 사용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원장님께서 “세계 최고의 보육 교사가 될 것입니다.”라고 적은 문장을 보고 내게 연락을 주셨다. 그 글에서 보육 교사를 향한 나의 열정과 성장 가능성을 보았고, 함께 일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어린이집 교사가 되어 3개월째 일하고 있다. 여전히 못 하는 것도 많고, 안 될 것 같은 일 앞에서 뒷걸음부터 치지만, 옆에 계신 원장 선생님께서 하나씩 알려주며 세계 최고의 보육 교사가 될 수 있게 도와주신다.

매순간 나를 돕는 사람들과 함께하니 내 한계들을 하나씩 넘어간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나의 한계를 넘어갈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는 현아 씨는 아이들을 만날 때 가장 힘이나고, 행복하다고 한다.

글쓴이 윤현아

부천대학교 아동보육학과를 졸업한 윤현아 씨는 현재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다. 아이들 지내면서 에너지를 얻고 행복을 느낀다는 그는, 자신을 끌어준 사람들처럼, 아이들이 부담과 두려움을 뛰어넘을 수 있게 도와주는 선생님이 되길 꿈꾼다.

최지나 기자 4153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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