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친 생각의 균형을 맞추는 비결

학창 시절, 나는 틱 장애를 앓았다. 오랜 시간 ‘나는 왜 친구들이랑 다를까’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스무살 이후엔 증세가 호전되었지만,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는 여전히 자신이 없었다. 사람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도 내 한마디에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사람을 대하는 것이 힘들고, 두렵기도 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새롭게 살아보고 싶었던 나는 미국으로 봉사를 떠났다. 그곳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해야 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보기도 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해보려고도 하는 등 성격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4개월을 지냈지만, 도돌이표였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였지만 나는 혼자였다. 내가 변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누군가와 조금 가까워질 때면 ‘저 사람이 내 성격을 싫어하진 않을까’라는 고민이 앞섰다. 운동을 할 때도, 함께 활동할 때도 늘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걱정이 따라다녔다.

어느 날, 겉도는 나를 지켜보던 지부장님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나도 이곳에 와서 소심한 내 성격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늘 괴롭게만 지냈지.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부족한 거, 이제는 그대로 인정하면 안 되나?’ 내게 있는 단점을 그대로 받아들여 보았어. 신기한 건, 그때부터 삶이 조금씩 달라졌다는 거야. 함께 일하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내 마음을 털어놓고 도움을 받기 시작하면서 나 혼자서는 절대 해보지 못할 대규모 봉사 프로젝트도 실행할 수 있었어.

진서야, 너도 지금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새로운 곳에 와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행복도 누려볼 수 있지. 그런데 늘 네 성격이 바뀌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괴로워하면서 다른 걸 느끼지 못하고 있잖아.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약점과 어려움이 있어. 너만 특별히 못났다는 생각은 떠나보내고 이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보면 어떨까? 네 아픔도, 연약함도 자유롭게 이야기해보고, 이해도 구해보고 말이야.”

늘 나만 약하고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았는데, 지부장님에게도 그런 고민이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나는 지부장님의 말처럼, 내 온몸에 주었던 힘을 빼고 마음을 열어보기로 했다. 친구들이 내 성격에 대해 지적할 때면 “나 때문에 네가 불편했겠다. 미안해. 내가 그런 부분이 부족한데 네가 나를 좀 도와줄 수 있을까?” 하며 내 약점을 인정하고 도움을 구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신기하게도 나의 부족함을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하나 둘 생겼다. 그 후로 나는 하루하루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었다. 노래를 잘하지 못하거나 어떤 일에 실수할 때에도 의기소침해지기보다 더 묻고 배워나갔다.

미국에 다녀온 후 나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을 만날 때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고민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나는 다양한 대외활동에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는 대학생 동아리 회장을 맡아 일하기도 했다. 낯선 사람은 물론 알던 사람들도 피해 다니던 내가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일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래서 어려울 땐 선배들을 찾아가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도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때론 나의 지난 아픔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사람들과 마음으로 대화하기도 했다.

그 후에 나는 대학원에 진학하고, 친구와 사업도 시작했다. 물론 성공만 따르진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딛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성장한 것을 느낀다. 올해는 내 삶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려는 꿈을 꾸고 있다. 실현될지 모르겠지만, 책이 나온다면 내 이야기를 읽을 사람들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괜찮다. 그래도 앞으로 걷고, 뛸 수 있으며,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며 즐겁게 살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글 전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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