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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요”

기사승인 2021.06.09  09: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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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행하는 삶을 오래 유지하는 비결

더불어 행복해지는 길을 한결같이 걷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사무실을 찾았다. 여러 대의 세탁기, 가지런히 놓인 청소 도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곳을 지나니 다른 공간이 나오고, 사무실 중간에 놓인 탁자 주변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다 이곳 직원이신가요?”라고 묻자, 한 사람이 “이 사무실을 쓰는 30명이 다 사장이에요(허허)”라고 대답했다. 이 사무실엔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사무실을 처음 열었다는 인터뷰의 주인공 임병철 씨를 만났다.

이 사무실을 열게 된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 같아요.

특별할 게 있나요.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에요. 대부분 혼자 사업을 하는데, 공용 사무실을 같이 쓰면서 상부상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일을 마치는 시간이 비슷한 사람들은 사무실에 모여서 짜장면도 시켜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사업 관련 정보도 서로 교환하고, 사는 이야기도 두런두런 나눕니다. 일거리가 없거나 어려움을 겪는 분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같이 힘을 모아 밀어주기도 하고요. 재미있어요.

어떻게 함께 일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함께 일하게 된 사연은 다양합니다. 열쇠 수리나 전기 공사 등의 일을 했던 분들도 있는데, 수입이 일정치 않거나 넉넉지 않은 경우에 “이 일이 처음에는 조금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수익이 좋아요. 이 일을 해봐요” 하고 제가 끌어들였지요. 청소 일을 배우고 싶어서 저에게 먼저 찾아오는 분들도 있었고요.

또, 제가 잘 아는 목사님 소개로 알게 된 분들도 있어요. 요즘에도 종종 전화가 와요. “어떤 분이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운데 좀 도와줄 수 있나요?” 하고요. 그러면 그때부터 현장에 함께 다니면서 일을 가르쳐요. 그렇게 지내다가 적게나마 종잣돈이 마련되면 얼른 독립시키죠. 조수로 따라다녀서는 돈을 모으기 쉽지 않거든요. 그렇게 한 사람 두 사람 만나 일을 가르치고 독립시켰는데, 벌써 오십 명이 넘어가네요. 그 가운데 일부는 사무실을 독립해 차렸고, 일부는 저와 같이 사무실을 쓰고 있어요. 이제는 후배들이 서로 돕고 새로운 사람들을 챙기며 지냅니다.

같은 지역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으면 소위 레드오션이 아닌가요? 사장님에게 경제적으로 손해가 생길 것 같은데요.

10년 전, 제가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틈새시장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저희뿐 아니라 청소하는 업체가 많이 늘어났어요. 그렇다고 해서 크게 손해를 본 적은 없어요. 청소가 필요한 장소, 즉 수요도 같이 늘어나고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은 회사 건물뿐만 아니라 빌라나 원룸 청소도 업체에서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이 사무실에서 함께 지내는 사람들 가운데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수입이 제법 많지요. 젊은 사람들은 홍보도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 대단한 친구들이에요. 요즘은 여기서 제가 벌이가 제일 시원치 않은데, 인터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하하).

사장님에게 일을 배워 돈을 잘 버는 후배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기분이 좋아요. 사실 청소 일을 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사업하다 망하거나 직장에 다녀도 급여가 적어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이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차츰 안정을 찾아가더라고요. 한 가정의 가장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이 친구가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외식도 할 수 있겠다. 아이들 학비 걱정 없이 살 수 있겠다.’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저도 청소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경제적으로 최악이었거든요. 돈을 좀 벌려고 직장에도 다니고 사업도 해보았지만 잘 되는 게 없었어요. 나중에는 1년 동안 아내에게 한푼도 가져다주지 못했어요. 두 아들이 사달라고 하는 것을 제대로 사준 적도 없고요. 남편이나 아버지로서 점수가 다 깎였죠.

그런데 10년 전에 제 사정을 알게 된 지인의 소개로 이 일을 배워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때부터는 먹고살 만하더라고요. 대출 좀 받아서 아이들을 기숙사 학교에도 보내고 필요한 것들도 사주었어요. 제가 청소 일을 시작했을 때 두 아들이 중학생이었는데, 공부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 주니 얼마나 고마워하고 좋아했는지 몰라요. 그 후로 주변을 둘러보니 새로운 것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어떤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는지 말씀해주세요. 

제가 조수로 일하다가 독립해서 사업체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 회사 이름을 제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 지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척 바쁘신 분이라 고민하다가 “청소 일을 하는 임병철입니다. 상호를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어요. 그러자 목사님이 바로 전화를 주셨어요. “안녕하세요. 상호가 누구인가요?” 깜짝 놀랐어요. ‘상호’를 사람으로 오해하셨던 거예요. 제가 어떤 사람을 보살펴달라고 부탁드린 줄 알고, 그 사람에 대해 물으려고 전화하신 거예요.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상황은 종결됐지만, 깊게 생각할 기회가 되었어요. ‘어려움을 겪거나 고민이 있는 분들을 목사님이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며 소중히 여기시는 줄은 알았지만, 진짜 그렇게 사시는구나.’

그 일이 있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평범한 주부지만 청소년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바쁘게 사는 분들, 해마다 몇 주 동안 병원 문을 닫고 아프리카로 의료봉사를 가는 분들 등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그분들을 제가 살펴보면서, 대단한 일은 아닐지라도 남을 생각할 수 있는 품을 가지고 살고 싶어졌어요. 그렇게 사는 것이 지혜롭고 멋진 삶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아주 넉넉하지는 않아도 가끔 아내와 해외로 봉사하러도 가고, 청소년들을 위해 정기 후원도 해보았죠.

그때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청소 일을 소개하셨나요.

그렇습니다. 마침 그즈음에 주변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알았고, 주저 없이 청소 일을 소개했어요. 그런데 하루는 목사님께서 저에게 전화해서 “오늘 상담한 사람이 있는데 형편이 무척 어려워요. 혹시 이 사람에게 일을 좀 가르칠 수 있을까요?”라고 진지하게 물으셨어요. 그 사람을 소개받아 일을 가르쳐서 나중에 독립시켰죠. 그렇게 사람들에게 일을 가르치다 보니 어느덧 오십 명이 되었네요. 얼마 전부터는 한 청년에게 일을 가르치는데, ‘얼른 자리를 잡아서 결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 사람을 가르쳐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상한 건, 그렇게 할수록 지치는 게 아니라 힘이 나요. 제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지금이 정말 재미있고, 요상하기도 해요.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사장님처럼 살자고 권하시는지요.

한 달에 한두 번, 오십 명이 같이 모이는 날이 있어요. 그때 종종 청소년들을 위해 후원 활동을 하자고 권해요. 그 말을 듣고 따라주는 분들이 있어요(하하). 따라주지 않는다 해도 제가 특별히 뭐라 할 이유는 없어요. 다만, 이런 바람이 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마음도 같이 위축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루하루 일하는 것도 힘들고 삶을 꾸려가는 것도 벅차니까요. 자연히 거기에 에너지를 다 쏟아야 하니까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력이 없지요.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살았는데, 살다 보면 좋은 기회를 만날 때가 있더라고요.

아주 부유하지는 않아도 괜찮게 살 때가 오더라고요. 그때는 누구나 주변을 한번 돌아볼 수 있는 품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가능하다면 그렇게 사는 게 더 재미있고 좋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도 저처럼 살아보라고 권해요. 종종 이런 상상을 해요. 언젠가 후원 활동에 한뜻이 모이면, 한 달에 10만 원씩만 모아도 500만 원이 되잖아요. ‘그걸 어디에 후원하면 좋을까?’ 하며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 재미있어요.

청소를 마치는 시간이 비슷한 사람들은 종종 공용사무실에서 만난다. 이곳에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

요즘 새롭게 생각하는 계획이 있으신지요?

몇 달 전에 지방에 사는 두 사람이 서울에 올라와서 제게 일을 배우고 갔어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어딜 가나 어렵다고들 하지만 서울보다 지방의 경제 상황이 더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광고나 지인을 통해서, 지방 도시에서 직장을 잃었거나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을 모으려고 해요. 그분들에게 화상채팅으로 청소 일을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드리고,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정보와 노하우도 알려 드리고요. 그래서 다 같이 잘살았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친 뒤, 임병철 씨 옆자리에 함께 앉아 있던 아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청소 일을 할 때 저는 남편이 우리 몫부터 챙겼으면 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절대 자신에게 유리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는 거예요. 받는 사람이 그걸 알아주든지 말든지 늘 그렇게 똑같이 살아요. 가끔 도움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 사람을 보면 얄밉고 남편이 답답하게 보였죠. 그런데 10년이 흐른 지금은 변함없이 같은 길을 걷는 남편이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게 꿈을 꾸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이 존경스러워요.”

임병철 씨의 말처럼, 살다보면 어렵고 힘든 순간도 만나지만 행복을 맛볼 때도 있다. 그때 누군가는 그 행복을 자신만 누리려고 움켜쥐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다른 사람도 그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나누기도 한다. 임병철 씨는 삶에서 나눔의 방식을 선택했는데, 행복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나누면 나눌수록 마음에 기쁨이 커지는 걸 경험하고 있었다. 인터뷰 중 그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삶이 행복하게 바뀐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크게 웃음을 지었다. 그를 보며, 다른 사람의 행복도 자신의 행복으로 느끼며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을 오래오래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했다.

취재 고은비 기자   사진 박종도 기자

고은비 기자 press49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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