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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겐 특별하지 않은 기다림 그리고 공감

기사승인 2021.06.14  09:3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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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인 5월 15일, 포천에 위치한 한 중학교의 풍경은 싱그러웠다. 교문을 들어서니 드넓은 운동장 너머로 주황색 학교 건물이 눈에 들어오고, 왼편에 푸르른 잣나무 길이 보였다. 그곳에 가까이 가니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들이 돌고 있었다. 전교생이 47명으로 가족적인 분위기의 학교로 알려진 삼성중학교. 이곳에서 3년째 특수 학급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권유경 씨를 만났다. 아직은 연륜이 깊지 않은 젊은 스승이지만, 아주 특별한 스승과의 만남이었다.

권유경
2011년, 볼리비아에서 굿뉴스코 봉사단으로 활동했다. 낯선 환경 속에서 주눅 들고 때론 나와 다른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런 자신에게도 손을 내밀어 주는 볼리비아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을 만났다. 현재 포천에 위치한 삼성중학교에서 특수 학급 교사가 된 그는 기다림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자연스레 손을 내밀고, 품어주며 살아가고 있다.

Q. 학교가 가족적인 분위기라 학생들에게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학생 수가 적다 보니 ‘학교에 있는 자신의 텃밭 가꾸기’, ‘다 함께 묘목 심기’ 등 조금 이색적인 체험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또, 한 해가 흐르고 나면 자연스레 아이들도 모든 선생님을 알고 선생님들도 전교생을 알고 지내게 되고요. 3년 전 제가 이 학교에 처음 왔을 때 무척 인상 깊었던 광경이, 교무회의 시간에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면서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지 의논하는 모습이었어요. 학생들이 많으면 놓치거나 신경써주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인데, 수가 적다 보니 아이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죠. 

Q. 특수 학급 교사, 많이 들어봤지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요,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먼저 ‘통합교육’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통합교육이란, 쉽게 말하면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지내면서 배우는 교육 환경을 말해요. 장애 학생들은 사회에 적응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비장애 학생들은 ‘장애’ 혹은 ‘다름’을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저희 학교 1,2,3학년 각각의 학급에서 장애 학생들과 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요, 서로 도와주기도 하고 또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수업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정해진 시간이 되면 각 학급에서 공부하던 장애 학생들이 제가 있는 교실로 와서 학년별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자신의 상태에 맞게 교육받을 수 있는 시간인 거죠. 아이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국어, 수학과 같은 과목들을 함께 공부해요.

이외에도 특수 학급 교사는 전 교직원 및 전교생을 대상으로 장애 이해에 대한 교육을 진행합니다. 때로는 학생들이 서로 어울려 노는 장도 마련해주고요. 장애 학생들과 비장애 학생들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죠.

특수 학급 학생들과 수업 시간에 바람개비를 만든 적이 있다. 이를 본 다른 선생님들께서 기뻐하셨고, 이를 계기로 전교생들과 바람개비를 함께 만들어 학교에 바람개비 길을 만들었다.

Q. 언제부터 특수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나요?

제가 고등학생 때 평소 무척 가깝게 지내던 엄마의 친구 분이 특수 교육을 추천해주셨어요. 자신이 특수 교사로 일하며 즐거웠던 점, 보람되었던 점 등을 자주 이야기해주셨죠. 당시 저도 봉사 동아리 활동을 하며 종종 복지센터에서 제 또래의 장애 학생들을 돕고 대화를 나누곤 했어요. 그 덕분인지 특수 교육 분야가 낯설지 않고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에 진학할 때 특수교육학과를 선택했죠. 그렇다고 처음부터 ‘이 길이 내 길이다!’라는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니예요.

그래서 ‘내가 더 잘하는 게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방황도 하고, 임용고시를 볼까 말까 고민도 많이 했죠. 그렇게 지내다가 4학년 때 교생 실습을 나가 실제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이 일이라면 내가 즐겁게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졸업한 뒤 임용을 준비하면서 기간제 교사로 2년간 일했는데, 그때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을 만나면서 ‘더 전문적으로 공부해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마음이 깊어졌습니다.

Q. 기간제 교사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나 봅니다.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님과 상담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상담하는 동안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더 나은 지도 방향을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분 한 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니, 그분들 마음에 제가 다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당시 제가 20대 중반이었어요. 제가 한참 어린데도 교사이기에 그분들이 어려움이나 고충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리시곤 했습니다.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학부모님들은 제가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저를 신뢰해주셨어요. 제가 기간제 교사로 일하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그렇게 상담할 때마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어요.

수업뿐 만 아니라 글짓기, 삼행시 짓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장애 이해 교육을 진행한다.

Q. 임용 후 삼성중학교에서 3년을 보냈으니 모두 5년 동안 교사로 일하신 거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요,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특수 교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정식 교사로 처음 가르쳤던 제자들 가운데 마음을 많이 쏟은 한 학생이 있었어요. 입학 첫날부터 집에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던 아이였죠. 학습하는 것 전에 학교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어요. 아이가 늘 제게 “저는 이것도 못 하고, 저것도 못 해요”라고 말하는데 무척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그때마다 “아니야, 너 노래 잘하잖아! 달리기도 잘하던데?”라고 하면서 ‘나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아이의 생각과 싸웠어요. 관점을 바꿔주고 싶었거든요. 부모님이 오시면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잘하는지 알려드리고요. 그렇게 몇 개월을 보냈어요. 고맙게도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잘 적응하기 시작했고, 햇수로 3년이 지난 지금은 학급 부반장을 맡고 있어요.

저뿐 아니라 모든 선생님들이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아이에게든지 반짝이는 모습들이 있더라고요. 그걸 발견하고 더 빛이 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선생님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특수 교사들에게는 더욱 더요.

그리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혼자 고민하기보다 다른 선생님들과 교류하면서 함께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수 교사들의 모임이 있어 거기서 다양한 학습 방법을 배우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만큼 중요한 게 소속 학교 선생님들과의 교류예요. 앞서 말씀드린 첫 제자가 노래를 잘했잖아요. 그래서 한번은 음악 선생님과 함께 그 학생만의 발표회를 만들어주었어요. 전교생 앞에서 노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준 거죠. 덕분에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그 학생의 노래를 들으면서 박수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그 학생도 자존감이 높아졌어요.

솔직히 저는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살가운 성격은 아니예요(하하). 그런데 다른 과목 선생님들과 가깝게 지내고 교류할수록 장애 학생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또 제가 더 좋은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저도 모르게 선생님들께 먼저 다가가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스승의 날의 추억을 물었다. “하루는 학교에 갔더니, 정문 앞에서 한 학생이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는 거예요. 3년 전, 자신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학교에 흥미를 갖지 못했던 그 학생이었어요. 저에게 별 말 없이 카네이션 한 송이를 건네주고는 교실로 들어갔어요. 나중에 들어서 알았는데, 그 아이가 그날 아주 일찍 학교에 와서 정문에 앉아 있다가 누가 올 때마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고 해요.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 코끝이 찡해졌어요. ‘내가 이런 대접을 받을 만한 사람인가?’ 싶기도 했고요. 누군가의 마음에 고마운 존재로 남을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하더라고요.”

Q. 유경 씨의 이야기 속에서 학생들을 향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종종 사람들에게 제 직업을 이야기하면 저를 무척 착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봐요. 실제로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시는 훌륭한 교사 분들이 계세요. 그런 분들에 비하면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해요. 제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하하).

다만,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아이들을 기다려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자신과 다른 친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나 “저, 이거 못 해요”라고 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제 생각이 나요. 저도 좁은 테두리 안에서 살면서 저의 부족한 부분이나 약점 때문에 고민하고 주눅들 때가 많았거든요.

Q. 지금은 굉장히 외향적으로 보이는데, 의외의 면모가 있었네요. 

겉으로는 털털해 보이는데 속은 소심해서 고민이 많은 편이에요. 속 고집도 있고요. 뒤돌아보면, 그래서 학창 시절에 저랑 잘 맞는 친구들과만 다녔던 것 같아요. 제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할 수도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만난 중학교 동창들이 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대학생 때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볼리비아에서 만난 인연으로 10년째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소중한 친구, 엘리펫

Q. 대학생 시절에 특별한 일이 있었나 봅니다.

1년간 해외봉사를 갔는데,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볼리비아가 ‘남미의 아프리카’로 불린다는 말을 듣고, 그 나라에서 봉사하겠다고 마음먹고 떠났어요. 그런데 막상 현지에 도착해서 생활해 보니 먹는 것부터 느슨한 시간 문화까지 맞지 않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함께 해외봉사를 간 한 단원과 매일 부딪혔어요. 댄스 연습을 하다가 다투고, 캠프를 준비하는 회의를 하다가 다투고…. 한국이었다면 모른 척하며 지낼 텐데 그곳에선 매일 보고, 다 같이 의논하고 이야기하면서 활동해야 했어요. 그래서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을 얼마나 많이 반복했는지 몰라요(하하). 그 친구도 저도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할 줄만 아는 사람이었는데, 계속 다투고 다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좁은 생각인지 알게 되었죠.

볼리비아에서 지낸 시간들을 돌아보면, 즐거웠던 시간들도 많지만 부끄러운 순간들이 많아요. 한국 단원들뿐만 아니라 현지인들과도 다투고 많이 부딪혔거든요. 시간 약속 안 지키는 친구들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현지인 친구들이 스페인어가 서툰 나를 놀리는 것 같아 주눅이 들어서 사람들과 말하지 않기도 하고요. 그런데 현지인들은 그런 저를 기다려주고 이해해주었어요. 사전을 찾아가며 더듬거리며 이야기하거나 화를 내도 차분히 들어주었고, 오히려 말을 잘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제가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왕복 15시간이 걸리는 곳에서 우리를 배웅하기 위해 온 현지 친구도 있었는데, 너무 고마웠어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제가 볼리비아에서 지냈던 때가 자주 생각나요. 수업을 하다가도 문득 제 이야기를 몇 시간이고 들어주었던 볼리비아 친구가 생각나요. 어린 학생이지만 다름을 포용하고 장애 학생들과 즐겁게 지내는 아이들을 보면 속으로 ‘아이들이 나보다 낫다’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1년간 볼리비아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청소년 캠프 및 문화 교류 행사를 개최했다. 위 사진은 한국어캠프를 홍보하던 중, 한 방송사에서 우리를 취재하는 모습이다.

Q. 앞으로 어떤 교사로 성장하고 싶으신지요.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순수하고 엉뚱한 모습에 웃을 때가 많아요. 특히 특수 학급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꾸밈없이 표현하거든요. 하루는 집에 돌아오다가 ‘이렇게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살아도 좋지만, 앞으로 학생들에게 더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들을 제공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일환으로 올해 ‘순회 교실’ 교사로 지원했어요. 학교가 멀어서 우리 학교에 오지 못하는 장애 학생들을 위해 직접 만나러 가서 가르치는 거죠.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학생들이 어려움을 만나도 이겨낼 수 있는 긍정적이고 강한 마음을 심어줄 수 있는 교사가 되면 좋겠어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진 모르겠지만요(하하).

자신과 다른 사람, 다른 생각에 배타적이었던 그가 ‘다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특수 교사가 되었다. 화내고, 다투고, 밀어내고, 주눅들고, 그런 자신을 향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따뜻한 손을 내민 볼리비아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그도 자신과 다른 누군가에게 공감하고 그 사람이 좋아지길 기다리는 것이 특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일이 된 것이다.

올해가 지나면 삼성중학교에서 가르친 첫 제자들이 졸업한다. 그는 특수 학급 학생들이 졸업한 뒤에도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좌절하지 않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밝게 살아가기를 바랐다. 기자는 잠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보았다.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따뜻한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자리를 점점 잡아가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그리고 그들이 다시 크건 작건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향해 자연스럽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모습을.

고은비 기자 press49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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