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Essay

요즈음 내가 하는 일은 하루 세 끼를 우물거리며 식사하는 일 외에 보행보조기를 의지해 이 방 저 방을 천천히 걷다가 거의 대부분을 침대에서 지내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일상이다. 내가 기운이 좀 있을 때는 침을 맞으러 오는 환자들로 우리집이 늘 북적였는데 이제는 그 일도 할 수가 없다.

지난달에 육촌 동생이 나를 만나러 와서 ‘투머로우’ 한 권을 주고 갔다. 할 일이 없어 침대에 걸터앉아 펼쳤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읽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젊은 날이 떠올랐다. 그때 이런 잡지가 있었다면 내 인생에 날개를 달았을 텐데….

나는 올해 실제 나이가 99세다. 너무 약골로 태어나 얼마 못 산다는 말에 부모님은 호적에 올리지 않으셨다고 한다. 학교 갈 나이가 되어서야 뒤늦은 출생 신고를 했다. 살지 못할 사람이 살고 있기에 나는 돈을 벌어 성공하는 일보다는 나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더 마음을 썼다. 그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어머니는 그 옛날에 지방 농촌에서 청소년 선도 사업을 자원해서 하셨다. 당시는 남녀유별이 심했던 시절인데 여자 분으로서 경찰서장과 대화하는 것을 본 일이 종종 있었다. 어머니는 도둑으로 잡혀간 동네 청소년들이 있으면 서장님을 찾아가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노라고 하며 유치장에 있는 아이를 데리고 나와 선도하셨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선지 나도 자연스레 청소년 사업을 꿈꾸게 되었다.

공군 시절에 농촌 견학을 가보니 어떤 젊은 청년이 탁아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제대하면 나도 해보리라고 생각했다. 그 후 부대에서 버리는 천막이 있으면 고향집으로 운반해 놓았다. 탁아소를 하고 싶다는 내 뜻을 비행단장님이 알고는 다음날 바로 특별제대 명령이 하달되고 부모님께 효도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농부들이 밭에 나갈 때는 논둑 밭둑에다 어린아이들을 잠재우는 일이 많았다.

우리 집 마당의 밤나무 밑에 부대에서 가져온 천막을 치고 칠판을 하나 걸어놓았다. 4세부터 7세까지 모두 42명이 모였다. 엄마들이 우유가루, 밀가루떡… 하며 간식거리를 가져오고 두 명의 자원봉사자도 함께하면서 하루 종일 즐거웠다.

해가 너울너울할 때 아이 엄마들이 반갑게 아이를 데리고 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몇 년이 지난 후 ‘청소년선도 상담소’란 간판을 걸고 가난 때문에 가출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상담 일을 했다. 청소년들에게 “바르게 살아야지, 부모님 속상하게 해드리면 안 되지” 하며 타이르고 짜장면도 사먹이고 여비까지 주어 보냈지만, 학생들에게 해줄 좋은 이야기가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한계가 왔다.

그 막막하던 시절에 ‘투머로우’ 같은 훌륭한 책자가 발간되었다면 가르쳐줄 것이 많고 감명 사례들도 많아서 멋진 농촌, 훌륭한 사회가 되었을 텐데 말이다. 지금 태어난 청소년들은 복도 많다. 그들을 잡아줄 길잡이가 있어서….

5월호에 감동을 주는 글들이 한두 곳이 아니라 읽으면서 마음이 벅찰 정도였다. 철없이 자기 멋대로 살면서 부모 속을 썩이던 딸이 결국 아버지의 사랑을 알게 되는 ‘클라라와 아빠의 눈물’ 이야기에 공감을 했다. ‘맞서 싸우기를 참을 용기가 있는가’에서는 “야구만 잘하는 선수 말고, 비난을 받아도 넘길 배짱을 가진 선수를 나는 원하네. 자네에게 맞서 싸울 용기가 있냐고 묻는 게 아니야. 맞서 싸우기를 참을 용기가 있냐고 묻는 거야”란 대화가 심금을 울렸다.

모욕과 멸시를 당해도 표출하지 않고 참아내는 인내심을 강조하는 단장의 가르침에 내가 예전에 이렇게 못 했었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또 ‘가족, 진심을 마주하다’에서 이혼한 부인이 목사님과 상담을 하고 나서 다시 행복한 가정을 이룬 내용은 정말 뭉클했다. 나는 우리 자식들에게 이 잡지를 꼭 읽히고 싶다. 인생 석양 무렵에 내가 ‘투머로우’를 만났지만, 지금이라도 내 곁에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이 잡지를 만드는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글쓴이 김상호

다섯 살 때까지 말도 못하고 잘 걷지도 못해 죽을 운명이 살고 있다고 생각한 그는 남을 돕는 일에 열심을 다해 살아왔다. 한의 공부를 따로 해서 동네 아픈 사람들 침도 놔주면서 청소년 선도사업을 해왔다. 투머로우를 읽고 공감하는 바가 있어서 본사에 직접 투고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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