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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진짜를 찾았어

기사승인 2021.07.14  08: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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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 드 모파상 <목걸이>

<목걸이>는 19세기 후반 프랑스 소설가 모파상의 단편소설로,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될 만큼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마틸드 로와젤 부인이다. 그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운명의 잘못이랄까, 간혹 하급 관리의 가정에 예쁘고 귀여운 아이가 태어나는 일이 있다. 마틸드는 그런 아름다운 처녀였다. 집이 가난해 마틸드는 부유하거나 좋은 집안의 남자와 결혼하지 못하고 교육부의 하급 공무원과 결혼했다. 마틸드는 미모와 우아함만으로도 지체 높은 귀부인과 나란히 설 수 있는 여자였기에, 화려하게 살지 못하는 것이 괴로웠다. 초라한 집, 얼룩진 벽, 부서져가는 의자….

좋고 값진 것을 누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구차한 생활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어쩌다 부자인 친구와 만나고 오는 날이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다.

친구 포레스터 부인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착용해보는 로와젤 부인. 영화 '목걸이' 중.

어느 날, 좀처럼 밖에 나가지 않는 마틸드를 위해 남편이 교육부 장관이 주재하는 파티의 초대장을 어렵게 구해 온다. 남편은 마틸드가 무척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기뻐하기는커녕 초대장을 내던지며 소리친다. “뭘 입고 가라는 거예요?” 눈물을 흘리는 아내를 보며 남편은 사냥용 총을 사기 위해 모아두었던 400프랑을 내놓는다.

그 돈으로 옷을 마련하자 마틸드는 자신에게 장신구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난하게 보이는 것이 수치스럽다며 파티에 가지 않겠다는 마틸드에게, 남편은 그녀의 부자 친구인 포레스터에게 가보라고 한다. 이튿날 마틸드는 친구 집에 찾아가 많은 장신구들 가운데 마음에 쏙 드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리는 데 성공한다.

파티가 있던 날, 마틸드의 입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 여자보다 아름다웠다. 모든 남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고, 그녀와 춤추고 싶어 했다. 파티가 이어진 새벽 4시까지 마틸드는 자신이 최고라는 희열에 취해 시간을 보냈다.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마틸드는 자신의 멋진 모습을 다시 한 번 보려고 거울 앞에 섰다가 깜짝 놀란다. 목걸이가 사라진 것이다. 입었던 옷들을 샅샅이 살피고, 남편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경찰에 신고하고 목걸이를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허사였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파티장을 누비는 로와젤 부인. 영화 '목걸이' 중.

마틸드는 포레스터 부인에게 목걸이 고리가 망가져 수리를 맡겼다고 거짓 편지를 쓴다. 그리고 비슷한 목걸이를 사서 가져다준다. 목걸이 값은 3만 6천 프랑. 시아버지가 남긴 유산 1만 8천 프랑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빌리고 사채업자에게도 빌려 돈을 겨우 마련했다.

로와젤 부부는 빚을 갚기 위해 집을 팔고 다락방으로 이사한다. 마틸드는 하층 계급의 여자와 같은 차림으로 집안일을 하고, 막말을 들으면서도 한 푼이라도 깎아 물건을 샀다. 남편은 퇴근한 후 부업으로 어느 상점의 장부를 정리하는 일을 했다. 이런 생활은 10년 동안 계속되고, 두 사람은 마침내 빚을 다 갚는다.

마틸드는 이제 할머니 같았다. 가난한 집에 사는 거친 여자가 되었다. 마틸드가 어느 날 산책하러 나갔다가 친구 포레스터 부인을 만난다. 그녀는 여전히 젊고 매력적이었다. ‘빚을 다 갚았으니 이제 말해줘야지’ 하고 친구에게 다가가지만, 친구는 늙고 거칠게 변한 마틸드를 알아보지 못한다.

“나 마틸드 로와젤이야.”

“마틸드? 너무 변했구나….”

“다 너 때문이었어….”

마틸드는 목걸이를 잃어버린 것, 비슷한 것을 사다준 것, 그리고 그 빚을 갚는데 꼬박 10년이 걸린 것을 이야기했다.

“내 것 대신 다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왔단 말이야?”

“그래, 너 몰랐구나. 하긴 모양이 똑같은 목걸이였으니까.”

마틸드는 으스대듯 순박한 웃음을 지었고, 포레스터 부인은 친구의 두 손을 꼭 쥐며 말했다.

“어쩌면 좋아, 마틸드! 내건 가짜였어. 기껏해야 5백 프랑밖에 되지 않는….”

엄청난 빚을 갚느라 늙고 거칠게 변한 마틸드의 모습. 영화 '목걸이' 중.

시간을 무엇과 바꾸며 사는가?

소설에서 마틸드는 전혀 다른 두 모습으로 묘사된다.

“로와젤 부인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점잖고, 우아하고, 명랑하게 웃었다. 남자란 남자는 모두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정부의 높은 사람들이 모두 그녀와 왈츠를 추려고 했다. 장관조차도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는 쾌락에 취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미모의 승리, 이 밤의 영광스러운 성공, 이 모든 아부와 찬미…. 욕망이 일깨워지고, 여자의 가슴에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하기만 한 승리, 그러한 것에서 생기는 행복의 구름, 그 속에서 일체를 잊었다.”

“로와젤 부인은 이제 할머니 같았다. 드세고 우락부락하고 지독한 여자, 가난에 찌든 단단한 아줌마가 되었다. 머리도 제대로 빗질하지 못하고, 스커트가 볼품없이 구겨져도 태연했다. 굵은 목소리로 지껄이면서 벌게진 손으로 물을 첨벙대면서 마루를 닦았다.”

첫 번째는 빼어난 미모를 뽐내던 파티장에서의 모습이고, 두 번째는 10년 동안 빚을 갚으면서 변한 모습이다.

소설에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것,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 사람들의 화제의 대상이 되는 것, 이것이 그녀의 간절한 소원이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그녀가 꿈꾼 행복한 삶은 다이아몬드 목걸이처럼 빛나는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젊은 날 마틸드는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초라한 집에 사는 자신이 한없이 불행하게 느껴졌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녀는 무리해서 드레스를 사고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려 자신이 꿈꾸었던 모습으로 무도회 자리에 섰다.

목걸이를 잃어버린 뒤에는 주목받고 싶은 만큼 무시당하기 싫어서 사실을 숨기고 몰래 고생하는 길을 택한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뒤, 마틸드에게는 늙은 모습과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이 남는다. 그리고 조용한 어느 날, 창가에 앉아 ‘한 사람이 파멸하거나 반대로 구원을 얻거나 하는 것이 다 그렇게 사소한 것 하나로도 충분한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마틸드는 젊음을 잃고, 미모를 잃었다. 대신 얻은 것은 없었을까? 퇴근한 뒤 상점의 장부를 정리해주고 밤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보며 ‘나 때문에 고생하는구나…’ 하며 남편이 고맙지는 않았을까. 종일 힘들게 일하고 저녁에 식탁에 앉아 멀건 수프를 먹으면서, 전에는 만찬을 떠올리며 짜증스러웠던 음식이 아주 맛있게 느껴질 때, “이보다 맛있는 건 없을 거야!” 하던 남편을 떠올리며 힘없이 미소를 짓지는 않았을까. 어떤 부인이 힘들게 일하다 일어나서 허리를 쭉 펴며 “아이, 시원하다!” 할 때, 그 힘듦과 시원함에 공감하지 않았을까.

사람은 크게 두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미모나 총명이나 지식이나 신체 능력 등 다른 사람에게 내보일 만한 것들이다.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의 어떠함에 공감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좋은 것을 받아들이며 고마워하는 능력이다. 첫 번째가 독야청청하며 박수를 받는 능력이라면, 두 번째는 함께하며 박수를 보내는 능력이다. 두 가지 다 우리 마음에 행복을 느끼게 하는데, 사람들은 첫 번째 능력에만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에 어느 대학생의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어릴 적 우리 집은 가난했다. 나는 그것 때문에 놀림을 당할까봐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마음에 ‘풍족하게 살아야 사람들이 무시하지 않고 다가오고, 그렇게 살아야 행복하다’고 새겼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공부였다.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잘 나오자 사람들이 주목했다.

내 삶을 새롭게 펼칠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친 듯이 공부했다. 그러다 성적이 떨어지면 좌절했다. 그럴 때면 나에게 가난을 준 부모님이 미웠고,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어 외로웠다.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외국어를 배우려고 해외봉사를 떠났다.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지만 예민한 피부가 다 뒤집어져 볼품없는 모습이 되었고, 사람들이 나를 무시할까 봐 두려웠다. 그런데 그곳 사람들은 내 모습과 상관없이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었고,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늘 부족한 것은 숨기고 남보다 뛰어나야 행복할 거라고 여겼는데, 모자라고 약하고 못난 모습을 드러내놓고 자유롭게 사는 것이 정말 행복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행복했다. 1년 뒤 한국으로 돌아와서 진로를 선택할 때, 가난은 여전히 싫었지만 돈을 많이 버는 길보다는 사람들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길을 택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사람을 평가의 대상이 아닌 그 자체로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박수를 받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달리고, 노력한다. 나 또한 그렇게 살고 싶었고, 크진 않지만 그런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정말 기쁘고 뿌듯했다. 그런데 그것이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했다. 사람들이 보내는 박수가 기쁨과 힘을 주었지만, 사람들이 돌아가면 홀로 남을 뿐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아끼거나 사랑하면, 그것은 혼자 있어도 내 마음에 남아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혼자 있지만 함께 있는 것처럼 마음이 따스했다.

가짜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10년을 쏟아 붓는 바람에 젊음과 미모를 잃고 내놓을 게 없어진 마틸드. 허영이 그녀의 인생을 슬프고 허탈하게 만든 것 같지만, 어쩌면 그녀는 그제야 비로소 따스함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외롭거나 힘들거나 슬픈 것에 공감할 줄 알고, 마음으로 함께해주는 이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쩔 수 없이 결혼한 남편이었지만, 문득 그 남편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느끼지 않았을까.

마틸드는 파티가 있었던 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보냈던 시간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더 아름다운 것들을 얻어 이전처럼 고통스럽지는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친구인 포레스터 부인이 ‘그 목걸이는 가짜였다’고 했을 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 내 인생도 그 목걸이 같았으니까. 덕분에 진짜를 찾았어.”라고 했으면 좋겠다. 앞에 소개한 어느 학생처럼.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어떤 사람의 젊음도 지나간다. 소설 <목걸이>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것 같다. ‘우리는 시간을 무엇과 바꾸며 사는가? 우리는 시간을 지불하고 무엇을 얻는가?’ 어느 날 혼자 창가에 앉아, 인생은 허무하고 슬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마음에 따스함과 감사가 가득 차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무대건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스타가 되는 것이 황홀하지만 그것은 시간과 함께 지나가고,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고 사랑을 받을 때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서 참 행복을 느낀다.

글쓴이 심문자

도서관에서 북클럽 멘토링과 한국 마사회 문화센터에서 인문학 특강을 하고 있으며, 예루살렘 라디오 ‘북적북적 북클럽’ 진행자이다. 독서지도사, 청소년상담사, 독서논술교사 등 책과 관련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목걸이>는 프랑스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의 단편소설이다. 1870~8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충격적인 반전 내용으로 유명하다. 운명의 아이러니를 주제로 다룬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될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심문자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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