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s Essay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이 내건 슬로건은 100억 달러 수출, 1000달러 국민소득이었다.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으니 그때보다 약 30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2019년 3월,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국가별 1인당 국민소득에서 우리나라가 24위였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2019 세계행복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행복 수준이 54위라고 발표했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우리의 행복지수가 같이 높아진 것은 아니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누군가 언제 가장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나는 항상 “맛있는 것을 먹을 때!”라고 답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맛있는 걸 먹으려면 돈이 필요했다. 또 하고 싶은 걸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돈이 있으면 행복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돈이 많으면 일단 먹고 싶고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다. 만약 내 통장에 500만 원이 있다면 ‘무엇을 살까? 무엇을 먹을까?’ 하며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 같다.

최근에 미국 퍼듀 대학교에서 얼마의 돈이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연 소득 9만 5천 달러일 때 행복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9만 5천 달러(한화 약 1억 원) 이상을 버는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오히려 떨어졌다. 물론 우리가 1년에 1억 원을 벌기가 쉽지 않지만,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행복에 있어서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는 3년 전 아시아의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에 다녀왔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는 그림 같은 학교가 있다. 눈 덮인 산 아래 있어서 ‘스노우랜드 스쿨’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이곳은 한 스님이 네팔 전국에서 부모 없이 떠돌아다니거나 교육을 받기 힘든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을 데려다 만든 학교였다.

나는 함께 간 봉사단원들과 한국의 추석에 해당하는 네팔의 명절 ‘더서이’ 기간에 집이 없거나 혼자 명절을 보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캠프를 열었다. 그 당시 캠프 준비는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처음으로 현지인의 도움이나 통역 없이 우리끼리 마인드 강연과 게임 등 모든 프로그램들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행사 전날까지 12명의 단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밤을 새워야 했다.

나는 행사 첫날부터 정말 많은 실수를 했다. 100여 명의 어린 학생들이 일제히 나만 쳐다보니 긴장해서 할 말을 잊고, 게임 룰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해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다. 그런데 행사를 한참 하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캠프에 참석한 학생들이 우리 단원들의 손을 잡으면 놓아주지 않고 계속 옆에 붙어 따라다녔다. 30분이 넘도록 손을 꼬옥 잡고 놓아주지 않는 걸 보면서 ‘이 학생들에게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구나. 우리가 재미있는 캠프 해주길 원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느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마음에는 ‘흐르는’ 속성이 있다. 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으면 썩는다. 마음도 흐르지 못하면 그곳에서부터 불행이 시작된다.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더라도, 마음이 서로 흐른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 나는 네팔에서 잠 잘 시간, 밥 먹을 시간을 줄여가며 캠프를 열심히 준비했다. 이전 같았으면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으면 불행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아이들을 만나 마음이 흐르다 보니 그런 것들이 문제가 아니었다.

3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 찬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풍요 속에서 빈곤하게 살고 있다. 우리 마음이 다른 사람의 마음과 흐른다면 어떠한 불행이라도 우리가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김현철

그는 현재 충북대학교 심리학과에 재학 중이다. 지난달 한국 청소년 활동 진흥원에서 주관한 대한민국 청소년 박람회 프로그램 ‘나는 청소년이다’라는 강연대회에 참가해 우수상을 수상했다. 평소 애독자인 그의 3년 전 네팔에서의 경험담을 본지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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