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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아낌없이 받는 손해

기사승인 2021.07.15  08: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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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Note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인생을 ‘의자뺏기 게임’으로 표현했다. 사람보다 의자 갯수가 적어서 서로 앉으려고 밀치고 다투는 게임이다. 그런 인생살이에서 손해 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살다 보면 줄곧 손해나는 날도 있지만, 예기치 않게 이득을 보는 날도 있다. 득실得失이 존재하려면 먼저 ‘나’와 ‘너’라는 둘 이상의 관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둘 사이에 유형.무형의 거래가 오가야 하고, 그 거래가 동등.평등.균등하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야 득과 실이 생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사람에게는 득과 실을 재빨리 셈하려는 습성이 있다. 직장을 구하거나 창업할 때 손해날까봐 꼼꼼히 따지고 세세히 비교해본다. 반찬거리를 사러 가서도 그렇고, 배우자를 고를 때도 그렇다. 잇속 챙기는 일은 따로 배우거나 가르치지 않아도 타고나는 듯하다. 사람의 마음결 사이사이로 자기를 위하려는 이기심이 이미 진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손해는 어리석고 모자란 사람의 몫이라는 관념이 있어서, 손해를 보면 우리는 적당히 자기합리화로 변장하기도 한다. ‘이번엔 양보해준 거야’ ‘내가 감내해야지’ ‘길게 보면 투자라니까’라고 하며 손해가 결국 손해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고 위로한다. 그냥 손해 본 게 맞는데도 말이다.

밥값을 잘 내주는 아주 ‘쿨한’ 분이 있다. 그분을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선뜻 “오늘 밥값은 내가 낼게”라고 한다. 고마운데 달갑진 않다. 손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느낌이랄까? 진심이 실리지 않은 선심은 마음에 감사로 이어지진 않는다. 밥을 잘 사주는 또 한 분이 있다. 미안해서 대접 한번 하려니까 정색을 하며 말한다. “내가 선배잖아.” 그분은 필요한 인맥들을 서로 연결해주고 자신의 업무 노하우도 다 공개한다. 팬데믹 긴축 상황에서 직원들 복지를 더 고민하는 그를 보면서 유년 시절에 읽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올랐다.

숲속의 나무와 친구인 어린 소년이 구부정한 노인이 되어 돌아올 때까지의 관계를 그린 이 동화는 짧지만 여운이 길다. 소년은 늘 나무 곁에서 놀며 지내다가, 점점 어른이 되면서 더 이상 나무와 함께하지 않았다. 그래도 소년을 사랑하는 나무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고 싶어 한다. 이파리, 그늘, 나무 위의 높은 자리, 열매, 나뭇가지, 기둥….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소년에게 주면서 나무는 마냥 행복해한다. 그럼에도 소년은 나무에게 더, 더, 달라 했고 결국 그루터기로 남은 나무는 노인이 된 소년이 찾아왔을 때 앉을 자리를 내밀면서 또 다시 행복을 느낀다.

아주 드물게 ‘손해’라는 경제적 개념이 없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다른 목적을 지니고 있지 않은 그가, 내 눈에는 ‘신의 성품’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만약에 그가 의자뺏기 게임을 한다면 다른 사람이 앉도록 양보를 할 것이다. 어쩌면 옆에 선 나에게 “너도 의자를 좀 내주면 어때?”라고 말할지 모른다. 소년에게 다 주고도 더 줄 게 없어 안타까워한 나무 같은 사랑을 품고 있기 때문일 게다.

글 조현주 발행인

조현주 realantique@nate.com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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