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Essay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다면, 상위권에 위치할 가치 중 하나는 ‘자유’가 아닐까? 현대 민주사회가 최대한 보장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도 개인의 자유다. 자유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일, 또는 그러한 상태”이다. 하지만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실제로 개인의 자유는 시간적·물질적·규범적 여건을 비롯해 여러 가지에 제한을 받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자유롭기 위해서 시위를 하고, 돈을 벌고, 진리를 찾으며 제한된 영역을 넓혀간다. 사람에게는 자유를 제약하는 조건들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더 자유로워지고 싶은 본능이 있는 것이다.

가진 능력만큼 누릴 수 있는 자유

혹시 시험 기간만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이 마구 떠올랐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평소에는 별로 생각나지 않던 것들도 시험 기간만 되면 왜 이렇게 간절하게 생각나는지. 그래서 ‘시험만 끝나봐라.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거야’ 하며, 행복해질 나를 상상한다. 그런데 희한하게 막상 그 시간이 오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허탈함과 우울감에 휩싸이곤 한다.

지금도 나는 수능시험이 끝난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그날 온 세상 행복을 다 누릴 줄 알았다. 공부를 해야 했던 압박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줄 알았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수능을 마칠 날을 기다리며 플래너에 적은 버킷리스트만 70가지가 넘었다. 하지만 정작 기다렸던 시험이 끝났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그렇게 즐거운 기분은 아니었다.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딱히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니, 친구들과 피시방에서 게임만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뭔가 허전하고 무력감이 들었다.

이런 내 모습을 돌아보며 발견한 사실이 하나 있다. 자유는 가지고 있는 능력만큼만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시간적 자유가 생겼지만 그 시간을 누릴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때의 자유는 지금보다 더 제한적이었다.

많은 돈도 완전한 자유를 가져다주진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해 돈을 쫓아간다. ‘돈을 많이 벌면 자유로워질 것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이 어느 정도 맞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돈이 많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 전보다 더 큰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본다면 돈은 ‘물화物化’된 자유, 눈에 보이는 자유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돈은 유한하기 때문에 돈으로 누릴 수 있는 자유도 결국엔 한정적이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다 보면 어느새 돈은 사라지고, 누리던 자유도 끝이 난다. 그 외에도 돈이 생겼다고 마음대로 쓰다가 인생을 망치는 사람도 많다. 이처럼 돈을 더 많이 가진 자가 더 자유로울 순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건 아니다.

더 큰 자유는 자제력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은 한정적이다. 우리가 슈퍼 히어로가 아닌 이상 우리는 체력적 한계도 느끼고, 시간적인 한계도 느끼면서 살아간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학문에는 끝이 없다’는 말처럼 인류에겐 아직도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그렇다면 한정된 능력에서 자유를 최대한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자제력’이야말로 더 큰 자유를 누리게 한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항상 회색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기로 유명하다. 자신이 입을 옷을 사거나 고르는 데에 시간과 돈,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절약된 만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찾은 방법이었다. 그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한 많은 리더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바로 사용하지 않고, 더 큰 자유를 위해 아끼는 방법을 택한다.

자제력을 키우는 법

그렇다면 자제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자제력을 기르는 훈련을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 생활이다. 일찍 학교에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 그리고 하기 싫지만 계속 공부를 하는 것 등,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방법인 동시에 하고 싶은 대로만 살지 않도록 하는 훈련 과정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하루는 보이스카우트에서 다 같이 ‘캐리비안 베이’로 놀러간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신이 난 나와 친구들은 어떻게 놀 것인지 계획을 짜고 집으로 돌아갔다. 들뜬 마음으로 부모님께 ‘캐리비안 베이’에 간다고 말씀드렸더니, 부모님이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셨다. 친구들과 놀러갈 생각에 들뜬 나는 안 된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울며 떼를 썼다. 하지만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부모님께선 끝까지 안 된다고 하셨다. 그리곤 내게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가지 못할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그걸 떠나서 우리는 널 이겨야 해. 너는 너 스스로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싸워줘야 해. 여기서 네가 이기면 너는 불행한 사람이 돼. 처음부터 게임에 중독되고, 갑자기 비행을 저지르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어. 네가 우리를 이기기 시작하면 나중엔 선생님도 이기고, 누가 와도 다 이겨. 그러면 네가 게임에 빠질 때, 네가 나쁜 길로 갈 때 너와 싸워줄 사람이 없어. 그러면 너는 불행해지는 거야.”

때론 이런 싸움에서 지는 것이 너무 힘들고 억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함부로 살지 않도록 해주었다.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나에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했고, 억울한 일 앞에서도 부모님이 해주신 이야기를 생각하며 물러서기도 했다. 그렇게 하는 동안 자제력이 더 커졌다.

자유는 내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 하지만 자유는 자신이 가진 능력만큼만 사용할 수 있으며, 우리가 가진 능력은 한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정된 자유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선 자유를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 힘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유한한 자유를 더 폭넓게 누리게 할 뿐 아니라, 미래에 다가올 더 크고 가치 있는 자유를 받아들이게 하는 도구이다.

글쓴이 최인혁

서울대학교에서 식물생산과학부와 화학부를 복수 전공했다. 대학 시절, 학업 외에 해외봉사나 교환학생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덕분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발견해갈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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