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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마부의 주검 앞에서, 로라는 무엇을 보았을까?

기사승인 2021.09.23  09: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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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서린 맨스필드 < 가든파티 >

Book Therapy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가든파티가 있는 날이다. 정원의 잔디 이파리들이 반짝거리고, 아름다운 장미가 수백 송이 피어났다. 파티를 위해 천막이 쳐지고, 슈크림 빵과 케이크 등 음식 준비도 한창이다. 파티를 준비하는 가족 모두 한껏 들떠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그때 아랫마을에 사는 젊은 마차꾼 스콧이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는 로라의 집 아래쪽 담장 밖에 있는 작고 초라한 오두막집에서 아내와 다섯 명의 어린 자녀와 살고 있었다. 로라의 엄마는 가족들에게 상스런 말투와 병이 옮는다는 이유로 그 골목에는 가지 말라고 했다.

“대문 앞에서 사람이 죽었어. 어떻게 파티를 열 수 있어?”

로라는 비보를 듣고 파티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동생 조세는 바보 같은 소리라며 파티에 오기로 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로라의 엄마 셰리던 부인은 마차꾼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설마 우리 집 정원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겠지?” 하며, 자신의 집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사고는 파티와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일축한다. 우연히 들은 소식 때문에 파티를 열지 않는다면 초대한 사람들에게 예의가 아니라며, 로라에게 엉뚱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로라에게 멋진 새 모자를 씌워주면서 말한다. “그림처럼 예쁘기도 하지.” 로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린다.

‘엄마가 말한 대로 내가 정말 예쁜 걸까? 내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 걸까?’ 순간 끔찍한 일을 당한 스콧의 가족들이 생각났지만, 신문에 실린 사건 사고처럼 흐릿해진다.

악단이 연주를 시작하고,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하나 둘 오고, 로라와 마주치는 사람마다 그녀에게 예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날 오후 로라는 수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눈을 보고 웃으며 파티를 만끽한다. 파티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 남은 음식을 보던 셰리던 부인이 좋은 생각이 났 다며 남은 샌드위치와 빵 등을 아랫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주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로라가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묻자, 셰리던 부인은 천연덕스럽게 ‘도움을 주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하며 ‘네가 돕고 싶어하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결국 로라는 음식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들고 마차꾼의 집이 있는 아랫마을로 향한다.

좁은 길을 걸어 오두막집에 이르러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로라는 화려한 옷차림으로 온 것을, 모자라도 바꿔 쓰지 않고 온 것을, 아니 그곳에 들어선 것 자체가 실수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되돌아가기에는 늦었다. 한 여인을 따라 초라한 부엌으로 들어간 그는 스콧의 아내를 만나지만, 그는 말없이 고개를 돌린다.

미안함이 극에 달한 로라는 바구니만 두고 나가려 하지만 그 전에 스콧의 시신을 만나고 만다.

이생을 떠나 깊이 잠든 스콧의 모습은 평안해 보였다. “나는 행복해. 만족스러워.”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는 미련도 후회도 없이 안식 속에 들어가 있었다. 로라는 큰 소리로 흐느꼈고, “이런 모자를 쓰고 와서 미안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나온다. 돌아오는 골목에서 로라는 오빠 로리를 만나고, 괜찮냐고 묻는 오빠에게 말한다. “무섭지 않았어. 아주 놀라웠어.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 인생이란, 인생이란….” 그러자 로리는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한다. “인생이란 그런 거 아니겠니?”

가든파티의 반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가든파티>는 영국 작가 캐서린 맨스필드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소설이다. 집필 당시 폐결핵을 앓으며 죽음을 마주하고 있어서였을까, 그는 소설에서 죽음을 통해 삶을 새롭게 조명하려고 했다.

“그 불쌍한 여자에게 밴드 소리가 어떻게 들릴지 생각해봐.” 로라는 말했다.

“오, 로라!” 조세가 진짜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만약 언니가 누군가 사고를 당할 때마다 밴드 연주를 취소시킨다면 언니는 매우 힘든 삶을 살게 될 거야. 나도 언니만큼 슬퍼. 동정심을 느껴.”

그녀의 눈가가 딱딱해졌다. 그들이 어린 날 서로 싸웠을 때처럼 그녀는 언니를 바라보았다.

스콧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파티를 중지하자는 로라와 반대하는 조세가 싸우는 장면이다. 서로 상반된 의견을 주장하고 있지만, 두 사람이 알고 있고 보고 있는 세계는 같았다. 성대한 파티를 열 만큼 부유한 자신들은 행복하고,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마저 가난에 찌들어 있는’ 오두막집에서 사는 스콧과 그의 가족은 불행한 사람들이었다. 불행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았으니, 스콧은 얼마나 불쌍한가. 두 사람은 ‘그 불쌍한 스콧을 얼마만큼 동정해야 하는가?’ 그 정도의 차이를 놓고 다투고 있었다.

이처럼 소설 전반부에서는 풍요로운 로라 가족은 행복한 존재로, 풍요와는 동떨어진 곳에서 가난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은 스콧은 불행한 존재로 그려진다. 하지만 로라가 스콧의 시신을 마주하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의 머리는 침대에 깊이 파묻혀 있고, 눈은 감겨 있었다. 닫힌 눈꺼풀 아래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는 꿈을 꾸고 있었다. ‘가든파티며 바구니며 레이스 드레스가 그에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는 이 모든 것과 떨어져 있었다. 그는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들이 웃는 동안 밴드가 연주되는 동안, 이 기적이 이 골목에서 일어났다.”

눈을 감은 스콧은 로라에게 ‘내가 정말 불행한 사람이니?’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스콧은 로라와 그 가족들이 누리지 못한 것을 누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장면에서 불행한 줄 알았던 스콧은 무언가를 가진 자로, 행복한 줄 알았던 로라와 그 가족은 그것을 갖지 못한 존재로 그려진다. ‘평안하다, 행복하다’는 얼굴로 누워 있던 스콧은 무엇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

코로나 때문에 실직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일까, 불행한 사람일까? 이전의 나라면 당연히 불행한 사람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실제 답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기준으로 자신의 삶이나 다른 사람의 삶을 평가할 때가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 나는 안정적인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했고, 대학을 졸업하고는 괜찮은 직장을 가졌다. 결혼한 뒤에는 좀 더 근사하고 넉넉한 삶을 위해 바쁘게 살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 행복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학원 사업을 시작했고, 성공하기 위해 정신없이 뛰었다. 사업이 잘되어 기뻤지만, 그 기쁨은 얼마 가지 않았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다시 더 큰 것을 향해 달려가야 했다. 한편으로는, 상황이 어려워져서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무너질까봐 두려웠다.

어느 날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라는 물음이 생겼고, 그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생각이 죽음으로 이어지곤 했다. ‘내가 갑자기 죽으면 어떻게 하지? 죽음이란 모든 걸 잃는 것일까? 어떻게 살다가 죽는 게 행복한 삶이지?’ 삶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에는 나보다 큰 성공을 이룬 사람을 주목했다면 그때부터는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마음에는 모자란 자신을 받아준 선생님에 대한 감사, 꼬깃꼬깃한 손 편지를 건넨 제자를 향한 사랑 같은 따스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과 가까이할수록 ‘나는 마음에 무엇을 담고 사는가’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 생각은 사업을 잠시 내려놓고 지금 하고 있는 ‘독서 토론’을 시작하게 했다. 요즘 나는 대안학교의 학생들, 그리고 주부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 책 관련 행사들도 기획한다. 아주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혼자 고민을 삭히며 힘들어하던 사람들이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기뻐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덩달아 기쁘고 행복해진다. 시간이 제법 흐른 후에도 그런 장면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흐르는 기쁨과 행복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마음에 오랜 시간 머문다. 누가 가져가지도 못하기에 하나 둘 쌓여 우리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 스콧이 죽음 앞에서 무엇을 생각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마음 여기저기에 자리하고 있던 따뜻한 추억들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래서 아내와 어린 자녀들을 남겨두고 가는 것이 마음 아프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것이 섭섭하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살았다고 평안하게 눈을 감은 것이 아닐까.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 로라가 아는 행복은 화창한 날 성대한 파티를 열고, 예쁜 모자를 쓰고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즐겁게 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콧의 죽음을 보며 로라는 ‘어쩌면 제대로 된 인생의 기쁨과 행복을 누렸던 사람은 우리 가족이 아니라 스콧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또 묻는다.

내가 그러했듯, 로라도 그 질문을 시작으로 전과는 다른 삶을 찾지 않았을까. 가족과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과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기쁨과 행복을 맛보며 살지 않았을까. 그렇게 살다가 어느 날 파티를 열었는데 옆집의 젊은 청소부가 죽었다는 슬픈 소식을 들으면 그때는 어떻게 했을까? ‘파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지 않고, 옆집 가족들과 함께했던 따뜻한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불쌍한 청소부’가 아닌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에 그에게 달려가지 않았을까.

책을 덮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서른다섯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쳐야 했던 작가 캐서린 맨스필드는 죽음 앞에서 슬퍼하고 괴로워했을까? 아니면, 스콧처럼 잘 살았다고, 행복하다고 평안하게 웃음을 지었을까?’

오랜 생각 끝에 나는 이렇게 결론을 지었다.

‘그녀의 끝이 어떠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녀가 죽음 앞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그녀는 그것을 이 소설을 통해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종종 사람들과 <가든파티>를 읽으며 삶을 이야기한다.

글쓴이 심문자

서울과학기술대학 사회교육계발원에서 독서교육을, 방정환 교육센터에서 부모교육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 라디오 ‘북적북적 북클럽’ 진행자이다. 독서지도사, 청소년상담사, 독서논술교사 등 책과 관련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가든파티>는 뉴질랜드 출신 영국 소설가 캐서린 맨스필드가 1922년에 발표한 단편 소설집『가든파티』에 수록된 작품 중 하나이다. 단편소설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 작가 캐서린 맨스필드는 D. H. 로렌스와 버지니아 울프 등 당대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심문자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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