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하라레 시市 시장 스튜어트 무사루와 무티즈와

남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짐바브웨는 수도가 ‘하라레’Harare이다. 행정·상업·통신의 중심지로, 전체 인구의 15%가 모여 사는 인구 밀집 지역이다. 이 도시를 이끌어가는 스튜어트 무사루와 무티즈와 시장에겐 여러 별명이 있다. 시의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시 구석구석을 살피며 뛰어왔기에, ‘겸손하게 일하는 사람’, ‘일 잘하는 사람’, ‘공정한 행정을 펼치는 사람’이라는 말이 따라붙는 것이다. 그의 삶에 바탕을 이루고 있는 철학과 신념은 무엇이며, 그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세상인지 들어본다.

Q. 안녕하세요? 방금 다른 일정을 마치고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이렇게 한국 독자 분들을 화상 인터뷰로 만날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제 사무실은 기차역 대합실처럼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웃음)

제 조언을 얻으려고 오시는 분도 있고, 건의 사항이나 어려움을 토로하시는 분도 있고, 좋은 의견을 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시민들과 상호교류가 많을수록 도시가 발전하고 더 좋아진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일과 바쁜 일정이 저를 부지런히 움직이게 하고요. 지금은 그런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습니다.

Q. 하라레를 어떤 도시로 만들고자 하십니까?

저는 이 도시를 살기 좋은 도시, 매력적인 도시,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가 필요합니다. 가시적인 부분으로는 도로 정비나 쓰레기 관리 등 도시 환경 미화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의료 환경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또한 깨끗한 정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제도들을 검토 중입니다. 저는 하라레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젊은이들의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짐바브웨는 정치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방법보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우리 세대가 나라를 이끌고 있지만, 머지않아 젊은이들이 나라를 이끌어갈 것입니다. 그때를 위해 저는 젊은이들에게 현재 시에서 어떤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지, 어떤 일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모든 과정을 알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자주 “같이 성장하자. 더 좋은 세상이 올 수 있어.”라고 말하며, 그들의 의견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둡니다. 그리고 다음 세대들에게 필요한 기회와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리더십을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다음 세대를 향한 관심이 남다르신데요.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 교육에 대해 시장님의 구상은 어떤지 궁금해집니다.

자연스레 흘러가는 우리 일상을 들여다보면, 누군가와 소통하는 것이나 일하는 것이나 심지어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까지 누군가에게 배운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수많은 가르침들이 하나씩 쌓여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이처럼 ‘어떤 교육을 받는가?’는 한 사람의 발전뿐만 아니라 이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도시, 나아가 나라 발전의 토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라레의 청소년들에게 리더십과 더불어 올바른 마인드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우리 삶의 모든 것은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잘못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부정부패를 당연시하고, 나라의 기강을 해칩니다. 반대로 건강하고 건전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나라를 발전시켜가지요.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바로잡혀야 우리 공동체가 더 행복해지고 미래의 발전이 보장되는 것이죠.

Q. 올바른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것이 교육의 근본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가르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추진하려고 하십니까?

저도 구체적인 방향을 찾기 위해 계속 고민했습니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 길을 찾던 중, 작년에 짐바브웨에 봉사 활동을 하러 온 한국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이 제게 1년간 짐바브웨에서 활동한 소감을 말했는데, 그들도 처음엔 여느 청년들처럼 걱정도 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 부담도 느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봉사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뛰어넘는 담대한 마인드를 배웠다고 했습니다. 그 만남에서 저는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매우 흥미롭게 듣던 저는 그들에게 저런 변화를 가져다 준 원천적인 힘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현실의 세계에만 집중할 때가 많습니다. 내가 보기에 좋은 일이면 기뻐하지만, 어려운 일을 만나면 쉽게 실망하고 움츠러듭니다. 그런데 그 학생들은 슬플 때 기쁨을 만드는 법, 꿈을 향한 희망으로 절망을 이기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던 바로 그 마인드였습니다. 그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Q.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나 봅니다.

예. 제가 걸어왔던 과거의 삶도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저는 가난 때문에 힘겹고 어려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기도하고 성경을 읽었습니다. 그곳에는 늘 소망의 메시지가 있었지요. 그 덕분에 저는 어릴 적부터 꿈꾸었던 리더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은 저를 자만하지 않게 했고, 힘든 일 속에서도 웃음 지을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은, 사랑 속에서 오랫동안 꿈을 꾸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라는 먼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꿈과 소망에 대한 대화를 나누니 신기하기도 하고, 즐거웠습니다.

그 후로 짐바브웨에 온 한국 봉사단원들의 활동에 주목했습니다. 그들이 댄스, 연극, 아카펠라, 언어교실,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학생들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마음에 크고 작은 꿈을 품는 것을 보았습니다. 거창한 것이 아닐지라도, 꿈을 품고 사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저는 이것을 짐바브웨 학생들에게도 널리 알리기 위해 한국 봉사단원들과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 등 교류를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올해 초, 한국에서 봉사단원들의 귀국보고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들은 무티즈와 시장은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한국 봉사단원들은 짐바브웨 사람들에게 대내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좋은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아직도 그들이 여기에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바람을 현실화하기 위해, 짐바브웨에 해외봉사단원을 꾸준히 보내온 국제청소년연합과 지난 3월 MOU를 맺었다.

Q. 앞으로 한국과 짐바브웨 두 나라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겠습니다.

예. 지금까지 하라레 시는 한국과 교류하며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사업, 정수 시설 등의 기술을 배웠습니다. 특히 천안시와 협약을 맺어 짐바브웨 공무원을 한국으로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기술을 넘어 서로의 삶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종종 한국 봉사단 학생들이 ‘이곳에서 한국에서 느끼지 못한 따뜻한 마음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짐바브웨 사람들은 순수합니다. 하지만 삶에 질서가 잡히지 않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짐바브웨 학생들은 한국 봉사단원들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과 가치가 무엇인지 배웁니다. 또한 서로 다른 환경의 두 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며, 그것을 바르게 해결했을 때와 그렇지 못했을 때의 결과가 어떻게 다른지 생생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살아있는 교육이며, 내일의 리더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시장님께서 말씀하시면서 ‘교류’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십니다.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시장의 책무는 모든 시민을 끌어안고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키가 크든 작든, 돈이 많든 적든, 피부색이 어떠하든, 표준말을 쓰든 사투리를 쓰든 우리는 한 가족입니다. 그래서 깊은 의견이든 얕은 의견이든 최대한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고 수용하려고 합니다. 제 삶에도 제가 어떠하든지 저를 수용하고 포용해주는 존재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그러셨고, 늘 용기를 주며 함께해준 아내와 아이들이 그랬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시련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저도 시민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짐바브웨의 시골마을, 고아원, 학교 등 어디든 찾아가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는 한국 봉사단원들. 스튜어트 무사루와 무티즈와 하라레 시장은 한국 봉사단원들을 따로 만나 격려하며, 감사장을 전달했다.
짐바브웨의 시골마을, 고아원, 학교 등 어디든 찾아가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는 한국 봉사단원들. 스튜어트 무사루와 무티즈와 하라레 시장은 한국 봉사단원들을 따로 만나 격려하며, 감사장을 전달했다.

Q. 한국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여러분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행복을 오해할 때가 있습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고, 혹은 명예나 괜찮은 지위를 얻으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하는 것들을 가져도 마음에 평안이 없으면, 자신이 얻은 것을 잃지 않으려고 혹은 다른 것을 더 얻으려고 불안하거나 목마른 시간들을 보내야 합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살다 보면 이런저런 어려움을 마주하게 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가난으로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시장이 된 지금도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들은 늘 찾아옵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기도하고 성경을 읽습니다.

그 시간에 저에게 없던 소망이 생기고, 마음에 평안을 얻습니다. 편안하게 잠들고, 즐겁게 일합니다. 저는 여러분도 삶에 절망과 슬픔이 찾아올 때 누군가와 연결되어 새 힘을 얻길 바랍니다. 평안이 깃든 마음으로 꿈을 꾸고, 사람들을 이끄는 멋진 리더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이 끝나자, 스튜어트 무사루와 무티즈와 시장의 따스한 인사가 이어졌다. 그의 삶을 돌아보니 인생의 모퉁이마다 아름답고 의미 있는 ‘만남’들이 많았다. 가난한 소년에게 소망을 주는 존재와의 만남이 있었고, 낯선 길로 걸음을 옮기는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이들과의 만남이 있었으며, 시의 발전을 위해 마음을 함께하는 이들,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과의 만남도 그중에 있었다. 그 속에서 그는 늘 새로운 꿈을 꾸었고, 그 조각들이 모여 그의 삶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젠 다음 세대를 위한 꿈을 꾼다는 그의 말이 귓전에 맴돌았다.

글 고은비 기자   현지 진행 양경찬 특파원   디자인 배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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