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가족_에세이

3년 전, 나와 남편은 평생 사랑할 것을 약속하며 부부가 되었다. 이후, 소중한 두 아이가 태어났고 그렇게 단란한 가정이 꾸려졌다. 우리는 종종 불협화음이 나는 초보 부부이자, 아직 서툰 것이 많은 초보 부모이다. 그래서 서로를 품어주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배워가고 있다. 좌충우돌 우리 가족 성장기의 일부를 공유한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 후, 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하고 돌아와 우리 네 식구가 집에서 처음 만나던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우리 네 명이 이렇게 가족이 되는구나…’라는 설렘으로 가슴이 뭉클했고, 한편으론 ‘우리가 아이들의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뒤따랐다. 묘한 기분이었다. 우리 부부는 조금 어설프긴 해도 온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키웠다.

그 과정에서 크게 신경을 썼던 부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을 보육 시설에 맡기지 않고, 가정 보육을 택했다. 처음에는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루 종일 아이들을 보는 날이 1년이 넘어가니 몸도 마음도 조금씩 지쳐갔다. 그래서일까 남편의 사소한 행동에도 무척 민감해졌다. 특히, 남편이 회식을 하거나 친구들과 술 약속으로 밤늦게 올 때면 늘 내가 시시비비를 가리느라 다툼이 생겼다. 남편과 나는 ‘술’에 대한 인식이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나는 매실청을 한 모금만 마셔도 어지러워 정신을 못 차리는 편이었고, ‘술에 취한 사람’에 대한 나쁜 기억들 때문에 술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이었다. 나와 달리, 남편은 퇴근 후 맥주 한잔하며 TV를 보는 게 삶의 낙인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남편의 즐거움을 이해해보려고도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날선 말과 행동으로 남편을 찌르고 있었다. ‘간 건강도 안 좋으면서 왜 술을 마셔요?’ ‘이 시기에 굳이 회식을 해야 하는 거예요?’ 술을 마시고 돌아온 날이면, 남편이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잠이 들 때까지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울어보기도 하고, 때론 마음을 돌려보려고 잘해주기도 하고, 협박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할수록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마음의 갈등만 깊어져 갈 뿐이었다.

그때, 내 사정을 들은 한 언니가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민정아, 남편에게 정답만 말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네 속마음을 이야기해봐. 고마운 것도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네가 왜 힘든지 차분히 말해봐.”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최근에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아이에 대한 것이나 일상생활은 이야기해도, 속마음을 나눠본 적은 없었다. 특히나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내가 항상 화가 난 채로 남편에게 이야기를 해왔던 것이다. 

다음날, 나는 퇴근한 남편과 오랜만에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이 성실하고, 가족밖에 모르는 거 정말 잘 알아요. 그래서 늘 고마워요. 사실, 나는 술에 대한 상처가 있었기 때문에 당신을 교회에서 만나 결혼했을 때, 술과 상관없이 살겠다는 생각에 기뻤어요. 그런데 당신이 술에 취한 모습을 보면서 슬프기도 하고, 마음에 불안함이 커져갔어요. 그래서 더 화를 냈던 것 같아요.”

남편은 내 말을 다 듣고 나자, “미안해, 여보. 사실 내가 끊어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는데 잘 안됐어요. 이번에는 정말로 꼭 술을 끊을게요.” 하며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3년 내내 술에 대해 말을 꺼내려면 먼저 날카로워졌던 우리였는데, 이렇게 서로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또 예민하고 융통성 없는 성격을 가진 나를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끊어보겠다는 남편이 고맙고, 미안했다.

그날 이후, 남편은 내게 한 약속을 지켜주었다. 나 또한 나를 사랑하는 남편의 마음과 연결되면서 복잡했던 마음이 점차 편안해졌고, 나와 다른 남편의 모습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품을 조금씩 넓혀갔다. 그 덕분에 집안의 공기도 따뜻해졌다. 우리가 싸우면 함께 긴장했던 아이들을 보며 늘 죄책감이 들었는데, 요즘 밝고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쁘다.

초보 부부인 우리는, 이렇게 가족이 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언젠가 남편과 내가 사고방식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달라 갈등하는 날이 또 오지 않을까. 십여 년 후에는 아이들과도 갈등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때 우리는 지금의 이때를 기억하려고 한다. 거친 말로 서로를 바꾸려 하기보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한 뼘씩 성숙한 부부가, 부모가,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글쓴이 김민정

결혼 3년 차, 사랑스러운 두 명의 아들을 둔 엄마이자 피아니스트이다. 약 10여 년간 파라과이, 도미니카공화국 등 국내외에서 피아노 재능기부 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최근 ‘연결과 소통’의 중요성을 전하는 교육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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