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 Essay

2018년 9월, 아이를 출산한 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업주부와 엄마로서의 삶을 살게 됐다. 나는 6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는데,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했기에 내 아이를 키우는 일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생명을 키우는 가장 값진 일을 하고 있던 것이었는데, 초보 엄마로서 마주치는 돌발 상황, 체력 고갈 등으로 인한 육체적 힘듦과 이전에 누렸던 자유가 사라진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어두웠다.

어느 날, 아이와 함께 갔던 도서관에서 <투머로우> 잡지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표지 속 인물들의 밝은 미소가 좋아서 살펴봤는데, 기사 내용도 유익해 도서관에 갈 때마다 찾아 읽었다. 바쁜 육아 일상에서 잠깐이라도 내 마음을 관찰하고,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좋은 책이었다. 정기구독을 해서 꾸준히 읽다 보니 언제부턴가는 매달 책이 오는 날만 기다리며 지난 호를 읽고 또 읽게 되었고, 책장 가득 책을 꽂아두고 하나씩 꺼내 보는 것이 가장 큰 취미가 되었다. 특히 칼럼을 읽으며 필사하거나 마음에 남는 글귀를 벽에 붙여 두고 자주 읽다 보니 단비가 촉촉이 땅을 적시는 것처럼 마른 땅과 같았던 내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즈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기 엄마들을 사귀었는데, 예전의 나처럼 답답하고 우울해하는 분들이 많았다. 순간 투머로우 잡지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다른 엄마들도 마음에 힘을 얻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엄마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겠어?’ ‘같이 책 읽자고 하면 싫어하는 거 아냐?’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 솟아오르는 생각을 애써 외면해버렸다.

그리고 며칠 뒤 평상시처럼 책장에 꽂아둔 잡지를 꺼내 읽다가 ‘한계는 생각에서만 존재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1954년 영국 육상선수 로저는 1마일을 3분 59초에 주파함으로써 ‘마의 4분’이라는 벽을 깼습니다. 그동안 인간이 1마일을 4분 이내에 달릴 경우, 어마어마한 운동 강도로 근육과 심장이 파열된다는 것이 당시 학자들의 생각이었죠. 그런데 그 기록이 깨지자마자 그해에만 1마일을 4분 안에 주파한 선수가 23명이나 등장했습니다. 마의 4분은 사람들 관념 속에 존재하는 잘못된 생각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한 줄씩 읽어 내려가다 보니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오랫동안 크고 작은 꿈을 외면한 채 살아온 내 모습이 보였다. 늘 ‘내 성격이 모나서’ ‘부족한 엄마라서’ ‘용기가 없어서’ 등의 이유로 안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이런 생각들이 나를 가둬놓고 있던 것이었다. 지금까지 그랬듯 또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계속 들지만, 이제는 내 마음속에 자라나는 새싹을 잘라버리지 않고 한번 키워보고 싶었다.

<투머로우> 2020년 1월호에 실렸던 칼럼. 이 글을 읽고, 내 한계 너머의 ‘나’를 택하기로 했다. 나는 부족한 엄마가 아니라 훌륭한 엄마이며, 고민만 하는 겁쟁이가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이다.
<투머로우> 2020년 1월호에 실렸던 칼럼. 이 글을 읽고, 내 한계 너머의 ‘나’를 택하기로 했다. 나는 부족한 엄마가 아니라 훌륭한 엄마이며, 고민만 하는 겁쟁이가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이다.

이후, 나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또래 엄마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잡지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단 한 발 내디딘 것이다. 막상 모임을 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반응이 나왔고 동네 엄마들에게 입소문이 나 하나둘 참여자가 늘기 시작했다. 석 달 뒤에는 엄마 모임이 공식적으로 결성되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각자도생으로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잠시나마 엄마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육아 공동체’이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독서 클럽’을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모임 이름은 ‘마미똑똑’이다.

우리는 투머로우를 매개체로 ‘서로의 마음을 연결해서 힘을 합해 똑똑하고 지혜로운 엄마가 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지금은 모임의 규모가 꽤 커져서 독서 토론 강사 혹은 마음 교육 전문 강사님을 초대해 강연을 열고, 클레이아트‧영어 등 다양한 클래스까지 진행하며 엄마들의 행복한 삶을 돕고 있다.

최근에는 더 큰 도전을 했는데, 바로 오랜 날 애써 외면해왔던 ‘책 쓰기’이다. 새내기 교사 시절, 체육 시간에는 신나게 웃던 아이들이 수학 시간만 되면 처지는 모습을 보며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아이들의 밝은 웃음을 뺏는 것 같아 미안했다. 그때부터 다양한 고민과 연구 끝에 종이컵, 계란판 등 다양한 구체물을 활용해서 놀이 수학을 수업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시행착오의 과정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수학에 마음을 열고 개념을 탐구하는 모습을 보며 놀이 수학에 대해 확신이 생겼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반에서 놀이 수학 수업을 함께한 것을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이내 접어버렸다. ‘대학교에서 수학교육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 수학에 대한 책을 쓰기에 실력이 많이 부족해’라는 생각이 컸고, 육아로 바쁘다는 정당한 핑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힘들고 바빠도 꼭 시도해보고 싶었다.

나는 우리 아이와 집에서 홈스쿨링 했던 자료와 학교에서 아이들과 놀이 수업했던 자료들을 하나로 엮기 시작했고,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원고를 한 출판사 메일로 보냈다. 며칠 뒤, 나에게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 내용이 좋다며 책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온 것이다. 그리고 8개월간의 길고 긴 수정과 보완 작업을 거쳐 완성된 <개념 잡는 엄마표 수학 놀이>가 얼마 전 세상에 나왔다.

우리나라에는 ‘수포자(수학 공부를 포기한 사람)’라는 단어가 국어사전에 등재될 만큼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사실 수포자가 되는 것은 학생 개인의 역량 부족이 아닌, 생각하는 힘을 잃게 만드는 교육 시스템의 탓도 있다.

수학과 삶에는 모두 ‘사고력’이 필요하다. 내가 ‘투머로우’를 읽고 깊게 사고하면서, 생각을 바꿨을 때 삶이 행복해진 것처럼, 수학 공부도 개념의 본질을 다루며 사고하는 방법을 먼저 익혀야 한다.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대학에 잘 가기 위해서가 아닌, 수학을 통해 훈련된 사고력이 인생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마음을 담아 발간한 이번 책이 수학 때문에 힘든 엄마와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설레고 행복하다.

교사이지만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던 내가 요즘은 포항시 학부모님을 대상으로 ‘엄마표 수학 학습을 위한 Tip’이라는 제목의 무료 강연을 하고, 대학교에 초청되어 수학 교육에 관한 강의도 하고 있다. 매번 머뭇거리기만 하던 내가 이젠 크고 작은 도전을 하며 넘어지기도 하고 자라면서 계획에 없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내게 단비가 되어 싹을 틔울 힘을 준 <투머로우>에게 감사를 표한다.

내가 이 책을 통해 큰 힘을 얻었던 것처럼 나도 엄마와 아이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돕는 존재가 되고 싶다.

<개념 잡는 엄마표 수학 놀이>소울하우스 출판사 15,000원초등 입학 전, 수학 개념 확실히 익히는 엄마표 수학 놀이. 수학 놀이의 목적, 준비법부터 놀이 방법, 도안, 놀이할 때 유용한 눈높이 대화 요령 등을 꼼꼼히 담았다.
<개념 잡는 엄마표 수학 놀이>소울하우스 출판사 15,000원초등 입학 전, 수학 개념 확실히 익히는 엄마표 수학 놀이. 수학 놀이의 목적, 준비법부터 놀이 방법, 도안, 놀이할 때 유용한 눈높이 대화 요령 등을 꼼꼼히 담았다.

글 장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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