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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서 배우는 마음을 보는 지혜

기사승인 2022.08.08  09: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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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멘토를 지혜의 원천으로 삼은 조조

삼국지 속 영웅들 중에는 남다른 지혜나 능력을 타고난 준걸俊傑들이 적잖다. 그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재미를 선사할 뿐 아니라, 진정한 지혜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쓰는 게 합당한지 일깨워준다.  

제후들 중에서는 조조의 지혜가 돋보인다. 그는 어려서부터 머리가 비범한 데다, 끊임없는 공부가 더해져 완성된 ‘노력형 천재’라 할 만하다. 적인 오吳나라의 손권도 부하들에게 “조조는 나이 들어서도 책 읽기를 좋아한다”며, 그를 본보기 삼아 열심히 공부하라고 권할 정도였다. 당시로서는 필독서였던 <손자병법>을 탐독한 뒤, 이를 요약하고 해석을 단 책을 낼 만큼 병법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체계적인 독서를 통해 체득한 그의 용병술과 심모원려深謀遠慮(깊은 꾀와 먼 장래에 대한 생각)는 단순히 이론으로 그치지 않고 전쟁터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일례로 조조는 라이벌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전까지 그와 싸웠다 하면 이겼다.

평소 책을 읽고 꾸준히 사고력을 단련한 덕이었을까. 조조는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이른바 임기응변에도 능했다. 한번은 조조가 군대를 이끌고 행군하던 중 식수가 떨어지고 말았다. 갈증을 호소하며 ‘더 이상 못 걷겠다’고 주저앉는 병사들을 향해 조조는 이렇게 외쳤다.

“저 멀리 산이 하나 보이지?”

“예!” 병사들이 대답했다.

“정찰병의 말로는 저 산 너머에 큰 매화나무 숲이 있다고 한다. 마침 탐스런 매실이 잔뜩 달렸다니, 어서 가서 따먹고 갈증을 풀자.”

“와~!” 시큼한 매실이 있다는 말에 병사들의 입에는 침이 고였고, 그 침으로 병사들은 목을 축이며 다시 행군을 계속하다 식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밖에도 조조는 훌륭한 인재가 있으면 어떻게든 등용해 곁에 두고 수시로 조언을 구했다. 요약하면 책과 멘토가 그의 지혜의 원천이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격언으로도 유명한 <손자병법>. 조조가 원본을 요약하고 풀이를 단 것이 전해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가 소장한 청나라 때 제작된 <손자병법>.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억력과 문장력

그런가 하면 천재天才, 즉 ‘하늘이 내린 재주’라는 말이 딱 어울릴 법한,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도 있었다. 왕찬王粲은 유난히 기억력이 뛰어나 잠깐 본 바둑판이 엎어져도 원래대로 바둑돌을 놓을 수 있을 정도였다. 장송張松이란 선비는 한 번 본 책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줄줄 외울 수 있었다.

붓만 들었다 하면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문장을 척척 써낼 글재주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원소의 부하였던 진림陳琳이 그랬다. 조조를 상대로 크게 전쟁을 일으키기 전, 원소는 진림에게 부하들의 사기를 높이고 조조를 비방하는 격문檄文을 짓게 했다. 그 문장이 어찌나 매서웠던지 두통을 앓던 조조가 읽고는 소름이 돋고 식은땀이 나 두통이 싹 달아났을 정도였다. 조식曺植은 특히 시를 잘 썼는데, 일곱 걸음을 걷는 짧은 시간 동안 시 한 편을 지은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같은 칼도 요리사가 쓰면 맛난 음식을 만드는 도구가 되지만, 범죄자가 쓰면 사람의 목숨을 해하는 흉기가 되는 법! 뛰어난 지혜도 어떤 마음자세를 갖고 쓰느냐에 따라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할 수도 있지만, 자칫 이를 과신했다가 되려 스스로를 해하는 자충수가 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조조의 부하 양수楊修다.

남이 하나를 생각할 때 두세 수를 내다보다

양수는 고관대작을 여럿 배출한 명문가의 자제로, 머리가 비상해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주부主簿 벼슬에 올랐다. 조조도 두뇌회전이 빨랐지만, 양수는 그보다 수가 높았다. 하루는 조조가 하인들에게 정원庭園을 하나 꾸며보라고 명령했다. 정원이 완성되자 조조는 와서 둘러보더니 정원 문에 ‘살 활活’ 자를 써놓고는 가 버렸다. 하인들이 그 뜻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는데, 양수가 말했다.

“주공이 보시기에 정원이 너무 넓은가 보오. 문門 안에 활活 자를 쓰셨으니, 이를 합치면 ‘넓을 활闊’ 자가 되지 않소?”

하인들은 양수의 말대로 정원의 규모를 줄여 새롭게 꾸몄다. 조조도 이를 둘러보고 흡족해하며 어떻게 자기 뜻을 알았는지 물었다. 하인들이 양수가 알려주었다고 하자, 조조는 양수를 크게 칭찬했다.

한번은 누군가 조조에게 소酥(떠먹는 요구르트)를 한 통 선물했다. 조금 맛을 본 조조는 통 위에 일합소一合酥라고 쓰고는 책상에 올려두었다. 이를 본 양수는 주위 사람들을 불러다 그 소를 나눠 먹었다. 그 사실을 안 조조가 양수를 불러 꾸짖자 양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승상의 지시를 따랐을 뿐입니다. 일합一合을 풀어 쓰면 일인일구一人一口, 한 사람이 한 입씩 먹으라는 뜻이 되니까요.”

조조는 껄껄 웃었지만, 먼젓번과 달리 ‘저놈이 내 머리꼭대기에서 놀고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때부터 양수를 탐탁잖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밖에도 양수는 일처리가 빨라, 조조가 시킨 일을 잽싸게 해치우곤 놀러 나갈 때도 많았다. 부하들이 ‘주공이 찾으시면 어쩌려고 이러시냐?’고 묻자, 양수는 ‘쪽지 세 개를 미리 써 두었으니, 주공이 오시면 펴 보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조는 세 번이나 양수를 찾았고 그때마다 부하들은 쪽지를 펴보고는 깜짝 놀랐다. 조조가 무엇을 물을지, 뭐라고 답하면 되는지 소상히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장쑤위성TV에서 방영한 드라마 <대군사 사마의:군사연맹>에 등장한 조조와 양수.
1. 새로 꾸민 정원의 문에 조조가 ‘활活’ 자를 쓰고 주위에 그 뜻을 물었다.
2. 아무도 대답을 못하자 양수가 나서서 “문門 안에 활活이라 썼으니 합치면 ‘넓을 활闊’이 되고, 이는 정원이 너무 넓다는 뜻”이라 답한다.
3. 조조는 감탄하며 양수를 칭찬했다.

뛰어난 지혜가 자신을 해치는 칼이 되다

그런 양수가 스스로 명을 재촉한 것이 바로 ‘계륵’ 사건이다. 서기 219년, 조조는 한중漢中의 패권을 놓고 유비와 큰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조조군은 패전을 거듭했고, 조조는 철군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에 휩싸였다. 그런데 마침 저녁식사로 닭고기 국이 나왔다. 닭갈비를 보며 생각에 잠긴 조조에게 심복이 찾아와 ‘오늘 밤 암호를 정해 달라’고 하자, 그는 무심코 ‘계륵鷄肋(닭갈비)’이라고 말해 버렸다. 심복이 장병들에게 ‘오늘 밤 암호는 계륵’이라고 전달하자, 양수는 부하들에게 ‘철수할 준비를 하라’고 명했다. 주위에서 까닭을 묻자 양수가 말했다.

“닭갈비는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살이 없지요. 이 싸움이 꼭 그렇습니다. 철수하자니 웃음거리가 될까 두렵고, 계속해도 얻을 게 없습니다. ‘계륵’을 암호로 정하신 걸 보면, 주공도 그 사실을 깨닫고 곧 철군 명령을 내리실 겁니다.”

몇몇 장군들도 그 말을 옳게 여겨 철수를 준비했다. 그 모습이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조조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누가 내 명령도 없이 돌아갈 준비를 하느냐?’며 호통을 쳤고, 자초지종을 들은 조조는 ‘군의 사기를 떨어트렸다’는 이유로 양수를 참형에 처했다.

중국 CCTV의 2010년작 드라마 <삼국>의 ‘계륵’ 에피소드.1. 유비와의 전쟁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자 조조는 답답하기만 하다. 2. 저녁식사로 나온 닭갈비(계륵)를 바라보던 조조는 그날 밤 암호를 ‘계륵’으로 정한다. 3. 조조가 계륵을 암호로 정했다는 말을 들은 양수는 철군할 준비를 하라고 말한다. 4. 그 사실을 안 조조는 대노하여 ‘군심을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양수의 목을 치게 했다.©CCTV

양수의 잘못은 무엇이었을까? 실제로 조조는 양수를 처형하고 얼마 뒤 철군했다. 결과적으로 양수의 판단은 정확했지만, 그러잖아도 싸움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심란하던 조조의 심기를 헤아리지 못한 것이 큰 실책이었다. 아무리 옳은 답을 내놓더라도 그 옳음이 상대방, 그것도 윗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대표적인 예가 일합소 사건이었다. ‘한 사람이 한 입씩 먹으라’는 게 실제 조조의 뜻이었는지는 제쳐두고라도, 주군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댄 것은 크게 벌을 받을 일이었다. 그 일로 조조가 화를 내지 않은 것도 양수를 기특하게 여겨서였다기보다는, 체면을 중시하는 그의 성격상 ‘고작 먹는 것 때문에 부하를 처벌했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양수는 자신의 재주를 과신한 나머지 그뒤로도 여러 번 선을 넘는 언행을 일삼았고, 그러면서도 ‘주군의 심정을 가장 잘 헤아리는 건 바로 나’라는 식으로 자기를 내세우기 바빴다. 비록 대책을 세워놓긴 했지만, 업무시간에 놀러 나간 것 또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 ‘태만’이야말로 마음이 높아졌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 아닌가.

자기에게 취해 제멋대로 행동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양수의 삶은 우리에게 세 가지를 일깨워준다. 첫째로 지혜는 합당하게 쓰일 때 그 가치가 빛난다는 점, 둘째로 뛰어난 재주는 자칫 마음의 눈을 멀게 하고 재앙을 부르는 칼이 된다는 점, 셋째로 아무리 훌륭한 지혜라도 상대의 마음을 살피고 조율하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양수가 조조에게 “주공, ‘일합소’라면 한 사람이 한 입씩 먹으라는 뜻인지요?”라고 물어보고 처신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할수록 양수의 뛰어난 재주가, 그리고 그의 어리석은 처신이 아쉽게 느껴진다.

김성훈 kimkija@ito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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