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앤홈 대표 김우식

기자는 몇 달 전, 페인트 사업을 하는 분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1급 발암 물질인 라돈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코팅제를 개발했고,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에 가장 잘 맞는 시공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아파트의 특성 상, 콘크리트와 건축자재에서 배출되는 라돈을 완벽히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라돈 방출량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일본의 7.8배, 중국의 2.8배가량 높은데, 그 이유는 콘크리트 구조물 때문이다. 그렇다고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을 터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라돈 걱정을 덜어줄 새로운 방법이 나타난 것이다. 그가 가진 기술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성남시에 있는 ‘페인트 앤홈’ 회사를 방문해 김우식 대표를 만났다.

Q. 라돈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있을 텐데, 설명을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라돈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대표적인 계기를 꼽으라면 2018년도에 있었던 ‘라돈 매트리스 사태’입니다. 매트리스에서 다량의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면서 전 국민이 관심을 갖게 되었죠. 문제의 매트리스는 회수되고 회사에 리콜 조치가 취해졌지만, 여전히 그 사건으로 소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라돈은 무색, 무취, 무미로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성 기체입니다. 토양, 돌, 지하수 등에 들어 있기 때문에, 우리 생활 속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물질입니다. 그런데 사방이 개방된 곳에서는 라돈의 농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사방이 막혀 있는 밀폐 공간에서는 라돈의 농도가 짙어져서 해롭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폐암의 주요 원인물질로 지정할 만큼 라돈은 위험한 물질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하루에 약 35명 정도가 라돈으로 폐암에 걸린다고 합니다.

Q. 아, 그렇군요. 라돈이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물질이라면, 환기를 자주 해서 농도를 낮춰주면 괜찮지 않을까요?

그게 가능하다면 괜찮죠. 하지만 한국은 아파트 거주 문화라서 사실상 어렵습니다. 아파트를 짓는 데 원료가 되는 콘크리트에서 라돈이 계속 뿜어져 나오고, 실내 건축 마감 재료로 사용되는 석고보드나 대리석 등에 라돈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우리가 편하게 숨 쉬고 오랜 시간 머무는 집이, 알고 보면 라돈이 가장 많이 뿜어져 나오는 공간입니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절반 이상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대량의 라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환경부에서는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자주 환기하라고 권고하지만, 워낙 높은 수치이기 때문에 매일 주기적으로 환기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늦은 저녁이나 겨울철에 라돈 농도를 낮추자고 창문을 열어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새집증후군’은 일정 시간이 흐르면 자연적으로 소멸하지만, 라돈은 그렇지 않아요. 라돈이 자연 소멸하려면 무려 45억 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Q. 그래서 라돈을 차단하는 방법을 생각해내셨군요. 그 방법으로 페인트를 선택하셨고요.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페인트를 개발하셨는데, 원래 이 일을 했나요?

제가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자동차 회사에서 자동차 품질 보증원으로 오래 일했습니다. 질적인 부분을 체크하는 일이다 보니 업무 자체가 꼼꼼함을 요구했었죠. 그런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고, 서울로 왔습니다. 서울에서 새로운 직장을 잡으려고 하니 처음에 쉽지 않았습니다. 그냥 놀고 있을 수가 없어서 건설 노동 일용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여러 일들을 했지만, 그중에서도 방수, 방진, 페인트업이 제 적성에 맞기도 하고,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페인트가 가지고 있는 성질에 대해 공부도 하고, 이런저런 조합을 해보며 ‘어떻게 하면 페인트 품질을 높이고, 고기능성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했습니다.

1,3,4. 그가 지금까지 개발한 제품들이다. 라돈 크리너부터 라돈 차단제, 페인트까지 다양하다. 2. 그가 운영하는 페인트 앤홈은 실내 유해물질 저감 전문업체로서 NICE평가정보(주)에서 기술평가우수인증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사진 안경훈 기자
1,3,4. 그가 지금까지 개발한 제품들이다. 라돈 크리너부터 라돈 차단제, 페인트까지 다양하다. 2. 그가 운영하는 페인트 앤홈은 실내 유해물질 저감 전문업체로서 NICE평가정보(주)에서 기술평가우수인증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사진 안경훈 기자

Q. 하지만 개발은 또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네요.

이미 시중에는 고기능성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어 있습니다. 가격도 다양하고 성능도 좋습니다. 이런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제가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개발하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기능을 인증받기까지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니까요. 그런데 라돈과 관련된 제품에는 계속 관심이 갔습니다. 기능성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라돈 저감을 실현하는 게 쉽지 않아 보였거든요. 미세한 구멍만 있어도 그곳에 라돈 가스가 새어 들어가니 시공도 어려워 보였습니다.

라돈에 관심을 가지고 이곳저곳을 찾아보던 중에 라돈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중 한 교수님께 제 고민을 털어놓았고, 그 해결책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찾아갔을 때 교수님도 ‘페인트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나름의 방법을 구상하고 있으셨대요. 그런데 페인트를 공부해온 사람이 눈앞에 나타난 거죠. 교수님이 가지고 있는 나노기술을 페인트에 적용시켰고, 가장 최상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시공 기술까지 익히며 계속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Q. 그 효과가 어떤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궁금합니다.

우선, 지금 기자님이 앉아 있는 저희 사무실은 국내 최초로 라돈 안전마크를 획득한 곳입니다. 라돈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이지요. 집안이나 사무실의 경우, 실내 차단 자체보다 공법과 자재에 맞는 정확한 제품을 선정해서 적용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 공간에 3회에 걸쳐 라돈 차단제를 바르고 시공했더니, 라돈 수치가 282Bq/m³(베크렐, 라돈 양 단위)에서 76Bq/m³로 감소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실내 라돈 관리 기준치를 148Bq/m³로 정하고 있지요.

제가 라돈 시공을 하려고 일반 가정집을 찾아가 수치를 측정해 보면 평균적으로 400Bq/m³이 넘어갑니다. 더 높게 나오는 경우도 많고요. 그곳을 우리 제품으로 시공하면 라돈 수치가 100 이하로 떨어집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서, 저희 제품으로 시공 후엔 유지관리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 번의 시공으로 온 가족의 건강을 계속 지킬 수 있는 것이죠.

사진 안경훈 기자
사진 안경훈 기자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기능성 페인트를 개발하는 데 든 시간과 비용, 특수 시공 기술을 연마하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가격이 만만치 많이 비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공 가격이 궁금해졌다. 그의 말처럼 단 한 번의 시공으로 라돈의 위험성을 막을 수 있다면, 그만한 값어치를 내야 할테니 말이다. 그렇게 다음 질문을 이어나갔다.

Q. 가격은 어떤가요? 일반 소비자들이 하기에 고가는 아닌가요?

많이들 가격이 비쌀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비싼 편은 아닙니다. 우리 회사는 페인트로 하는데, 다른 방법으로 라돈을 차단하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그방법을 쓰면, 인테리어 철거 비용까지 지불해야 합니다. 그에 비해 우리 제품과 기술은 지금 사는 집에 바로 할 수 있으며, 비용도 합리적입니다.

Q. 특이한 제품이니까 시공 비용을 더 받을 수도 있을 텐데요.

하하. 그러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요. 그런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정보를 알아서 건강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라돈은 무색, 무취, 무미의 기체라서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집안의 대기질을 측정한 값을 보여드려도, 당장 눈앞에 나타나지 않으니 머뭇거리는 분들이 계십니다.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최근 우리 삶에 큰 변화를 준 코로나바이러스도 눈에 보이지 않고, 공기 역시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Q. 듣고 보니 그렇네요.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심을 쏟으시겠네요.

네, 그럴 겁니다. 오랫동안 눈에 보이는 것들을 따라서 살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으로 두 번의 해외 봉사를 다녀오면서 삶에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하나씩 깨달아갔죠.

처음 미국에 갔을 때는 저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느꼈고, 두 번째로 갔을 땐 기꺼이 자기 삶을 희생하며 타인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라돈 측정기처럼 마음을 수치로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관심이나 사랑, 희생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측정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무형의 것들이 저를 바꾸고, 다른 사람들도 바꾸더라고요. 저는 앞으로도 이런 것에 관심을 둘 겁니다.

인터뷰 말미에  ‘두 번이나 미국으로 해외봉사를 간 이유’를 물었다. 처음엔 해외봉사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떠났었고, 두 번째는 인생의 힘든 시기에 미국에서 받았던 마음들이 생각나 다시 찾았다고 답했다. 지금은 미국을 다녀온 지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때를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똑같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생명을 ‘주는’ 것이 있는 반면, 생명을 ‘앗아가는’ 것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주는’ 것은 흐르도록 길을 열고, ‘앗아가는’ 것은 작은 틈새로도 흘러들어오지 않게 막아야 한다. 인생살이에도 어쩌면 이와 유사한 시공 기술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만나고 오면서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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