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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차 신입사원으로 내가 사는 법

기사승인 2021.09.06  10: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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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40분, 황민우 씨는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사람들로 꽉 찬 서울 지하철도 이젠 적응이 됐다. 지하철에서 내린 후에는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시계를 보고 뛰기 시작한다. 회사 엘리베이터에 타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쉰다. “휴!” 선배들에게 간단히 인사한 후 컴퓨터를 켜 메일과 업무 일정을 확인한다. 그렇게 6개월 차 신입사원인 그의 하루가 시작된다.

올해 초, 회사 합격 소식에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또래 친구들보다 취업이 늦은 편이었다. 대학 시절에 해외 봉사와 학생회 활동 등 다양한 대외 활동을 하느라 28살에야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이다. 종종 친척 분들이 엄마에게 “민우는 요즘 뭐해?”라고 묻곤 하셨는데,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마다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었다. 그러다 스물아홉이 된 올해 초에야 가족들에게 취업 소식을 알릴 수 있었다.

취업 준비 기간 동안 나는 기업 인사팀에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어느 기업이든 모집 인원수가 적었고, 나는 서류전형에서 줄줄이 낙방했다. ‘코로나까지 덮친 이 시기에 나를 뽑아주는 곳이 있을까?’ 자존감이 한없이 낮아졌고, ‘내가 잘못 산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때 한 줄기 빛처럼 어느 기업에서 연락이 왔다. 나의 자기소개서 내용이 마음에 든다며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두드렸다. 그곳에는 나와 같은 대학을 졸업한 선배들이 많았다.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면접도 편안하게 진행됐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이번에는 정말 되겠다!’는 확신이 들어 곧장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 엄마는 기뻐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아들의 취업 소식을 알리셨다. 하지만 며칠 뒤 불합격 통보가 날아왔다. 될 거라고 믿었던 만큼 실망도 컸다. ‘정말 될 줄 알았는데….’

나는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에도 청소년 단체에서 틈틈이 봉사활동을 했다. 대학 시절부터 즐겁게 하던 일이었고,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충분히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취업의 길이 막히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취업 준비만 해도 될까 말까인데 무슨 봉사활동이냐?” 이전에 나를 비꼬았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잘 되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생각을 하니 속이 더 상했다.

어느 날, 같이 봉사활동 하던 선생님이 두문불출하는 나를 찾아오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내 사정을 알게 된 선생님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누구든 낮은 위치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하지만 매사에 잘되기만 하고 문제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더라. 그래서 이런 일을 만날 때, 네가 어려움을 넘어가는 자세를 하나씩 배워가면 돼. 지혜로운 사람은 절망적일 때 ‘이건 안 될 수밖에 없어. 망했어’라는 생각만 붙잡고 있지 않고, ‘내가 부족하니까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 다른 곳에도 도전해봐야겠다.’ 하고 또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야. 마음이 가벼운 사람.”

그 말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삶 속에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많았다. 특히 대학에 다니며 전과에 실패했던 일이 그랬다. 수능시험 점수에 맞춰 원하지 않는 학과에 입학했던 나는 ‘곧 기계공학과로 전과할 거야’라는 생각으로, 1년 동안 우리 학과에서 친구를 한 명도 제대로 사귀지 않았다. 그런데 전과에 실패하고 말았고, 모든 것을 망쳤다고 생각해 좌절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보니 그렇지 않았다. 전공하는 학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니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했다. 또 선배들을 찾아가 과에서 지내는 것에 대해 도움을 구하면서 친구들을 새롭게 사귈 수 있었다. 몇 년 후에는 그 친구들의 도움으로 학생회장까지 할 수 있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마친 후 나는 동굴에서 나올 수 있었다. 생각을 바꾸었다. 떨어졌던 회사가 기업을 대상으로 직원 채용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는데, 다시 살펴보니 내가 인사팀에서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고스란히 배울 수 있는 분야였다. 그 분야의 정상에는 어떤 회사들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그중 한 회사가 신입사원을 뽑고 있었다. ‘실패하더라도 해봐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지원한 곳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였다. 아주 편한 마음으로 면접을 봤다. 그리고 며칠 뒤,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취업 준비를 하던 때에도 취직 후에도, 나는 자원봉사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인사팀에 들어가고 싶었던 이유는 한 가지였다. 많은 사람을 보고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 사람을 보는 안목이 길러져, 청소년들의 진로 상담을 하는 멘토의 꿈을 이루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회사에서 다른 인사팀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이상의 것들을 배우고 있다. 다양한 기업 채용 관련 일을 하면서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은 어떠한지, 어떤 마인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중소기업으로 보이겠지만 내게는 최고의 기업이다.

물론, 신입 직원으로서 어려움도 있다. 소통하는 법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까마득한 직장 선배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서 여러 날 진땀을 뺐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자리에서 조용히 기다리는 시간도 있었다. 업무 실수로 선배들에게 혼이 나 주눅들 때도 있다. 그런데 하루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신입사원이 몰라서 혼나고 배우는 것이 얼마나 당연한가’ 싶었다. 부족하면 물어보면 되고, 배우면 될 일이었다. 그때부터는 회사 생활이 조금 자유로워졌다.

나는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생 진로를 가이드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그 꿈을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이나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나는 모른다. 성공의 기쁨을 만끽할 수도 있고, 복잡한 인간관계 까닭에 눈물짓거나 실패를 겪을지도 모른다. 삶이 원하는 대로 흐르진 않지만 그때마다 나는 웅크리는 대신 마음을 조금 가볍게 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걸어가다 보면 내 꿈에, 혹은 지금 가진 꿈보다 더 큰 곳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오늘도 출근한다.

글 황민우

고은비 기자 press4921@naver.com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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