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여행자를 위한 제안

푸릇한 봄날을 보고 싶은데, 우리나라의 2월은 어디를 가도 봄이라고 하기엔 좀 황량하다. 절기상 입춘과 우수를 넘긴 시점이라, 땅밑에서는 싹눈이 고개를 들어올리고 있지만 코 끝 공기엔 아직 냉기가 남아 있다. 두 계절이 서로 자리를 바꾸는 이 시기에 산과 들은 모두 고만고만한 풍경이다. 그럴 때엔 멀리 떠나는 것보다, 매번 같은 방법으로 다니던 같은 곳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여행이 어떨까? 경기도에서 양평과 더불어 당일치기 명소로 어깨를 견주는 파주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가까운 지인이 파주에 살고 있어서 자주 다니다 보니 오가는 길에 정이 들었다. 자유로를 타고 달리다가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지나 파주로 들어가는데, 어쩌다 이곳에서 붉은 석양이 내려앉는 늦은 오후를 만나면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멍해지기도 한다.

북한과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파주를 떠올리면 판문점이나 임진각, 경의선, 1번 국도, 비무장지대 같은 용어들이 저절로 나온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헤이리 예술마을과 파주 출판도시, 프로방스 마을 같은 공간들이 생기고, LG디스플레이 공장이 들어서면서 점점 문화와 산업 도시로서의 위상도 갖추게 되었다. 2024년 1월 시점 파주 인구는 499,883명으로, 대도시 입성 기준 50만 명까지 117명을 남겨둔 상태다.

하루 여행자의 입장에서, 파주를 대표하는 남다름이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군사지역으로 예전의 미군 기지 시절 추억이 서려 있는 연풍리 마을이 어떨까? 한편,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헤이리 예술마을은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명소인데… 하면서 드넓은 파주에서 오늘의 행선지로 두 곳을 정한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

‘달러 골목’으로 불렸던 ‘추억소환거리’의 벽화들이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달러 골목’으로 불렸던 ‘추억소환거리’의 벽화들이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달러 골목’의 부활을 꿈꾸는 연풍리 마을

한국전쟁이 종전을 맺지 못한 채 1953년부터 휴전 상태로 돌입하자, 한반도 안보를 위해 대단위 미군 부대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파주에만 5개의 미군부대가 주둔하면서 작은 농촌 마을 연풍리에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미군 상대 업소와 여러 휴양 시설이 생겨났고 달러 유통이 늘어나면서 지역 경제는 대단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연풍리 마을의 달러 풍년은 1980년대에 미군 부대가 동두천으로 이전하면서 갑자기 바람 빠진 풍선처럼 활기를 잃고 말았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 보려고 2017년부터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는 특수상황지역 개발사업에 마을이 참여해 ‘용주골 창조문화밸리 프로젝트’를 시행하게 되었다. 이때 EBS와 파주시, 연풍리가 함께 1킬로미터의 테마 문화길을 조성, 일명 ‘EBS연풍길’이라는 이름으로 변신을 꾀할 수 있었다.

 ‘EBS연풍길’이라는 이름으로 변신을 꾀할 수 있었던 뚝방길.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EBS연풍길’이라는 이름으로 변신을 꾀할 수 있었던 뚝방길.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낡은 집들을 산뜻한 페인트를 칠해 마을 분위기를 바꾸었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낡은 집들을 산뜻한 페인트를 칠해 마을 분위기를 바꾸었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그렇게 탄생한 ‘연다라 문화거리’는 뚝방길과 골목길 둘로 나뉜다. ‘연풍문화뚝방길’은 하천을 옆에 끼고 걸을 수 있는, 말 그대로 뚝방길이다. 주민들이 애용하는 이 산책로에는 어렸을 적 즐겨 놀았던 ‘땅따먹기’, ‘사방치기’ 등을 체험해 보도록 바닥 곳곳에 페인트로 그려 놓았다. 뚝방길을 따라 나지막한 슬레이트 지붕의 집들이 있는데 산뜻한 페인트 칠로 눈길을 모은다.

‘달러 골목’으로 불렸던 ‘추억소환거리’는 벽화가 포토존이 되어 사진을 촬영하기에 좋다. 벽면에 사실적으로 그려넣은 이발관, 닭집, 쌀집, 옷집, 그릇가게 등은 그 당시에 실제로 그 가게들이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마을에 달러가 돌면서 집을 계속 이어붙여 골목이 생겼고, 지금은 추억을 찾아 가는 여행지로 알맞는 곳이 되었다.

미군 부대의 영향 때문인지 연풍리에는 부대찌개집이 제법 많다. 하지만 오늘은 1974년에 문을 연 ‘단골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미리 구워서 한 입 크기로 썰어 나오는 돼지갈비엔 불향이 배여 있고, 여기에 오징어초무침을 곁들이면 좋다. 평일 점심이었는데도 식당이 만석인 것을 보며, 50년 역사가 괜한 세월은 아닌 듯하다. 쇠락해가던 마을이 추억 여행의 물꼬를 터서 사람들이 다시 드나들기를 기대하며 헤이리로 향한다.

연풍시장 입구 삼거리 골목에 있는 50년 역사의 단골집.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연풍시장 입구 삼거리 골목에 있는 50년 역사의 단골집.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불향이 밴 돼지갈비를 새콤한 오징어초무침과 곁들여 먹는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불향이 밴 돼지갈비를 새콤한 오징어초무침과 곁들여 먹는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거대한 ‘핸드메이드’ 공간, 헤이리 예술마을

연풍리 마을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헤이리에 도착하니 한낮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 뒤로 와 닿는 따뜻한 햇살을 느끼며 어슬렁 돌아보기 시작한다. 2004년 문을 연 헤이리 예술마을은 규모가 15만 평이나 된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진, 여러 분야의 창작자와 예술가 300여 명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이곳의 건물들 대부분은 거주 공간인 동시에 갤러리를 운영하고, 뮤지엄 안에 부속 카페나 아트숍이 함께 있는 복합기능을 갖는다. 다양한 주제의 박물관과 문화예술 공간이 120여 곳이나 되는 헤이리는 밀집도로 볼 때 전 세계에 유일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평화, 예술, 환경을 추구하는 곳

‘헤이리’라는 이름은 인접한 금산리 마을에 전해 오는 전래 농요 ‘헤이리 소리’에서 따왔다고 한다. 서울시 인사동과 대학로에 이어 2009년에 ‘문화지구’로 지정되었고, 2019년에는 ‘통일동산 관광특구’가 되었다. 매년 개최하는 ‘헤이리 판 페스티벌’에서의 ‘판PAN ’ 은 ‘Peace-Art-Nature’의 첫머리 글자로, 이곳이 추구하는 평화, 예술, 환경을 상징한다.

헤이리 예술마을은 완전히 열려 있는 개방 구역이라서 별도의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하지만 각각의 사립 미술관에서는 입장료를 받기도 하며, 작가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체험교육비를 내야 한다.

헤이리의 블루메 박물관. 굴참나무가 랜드마크이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헤이리의 블루메 박물관. 굴참나무가 랜드마크이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15만 평에 프랜차이즈 업체는 CU편의점뿐

사람마다 호불호가 다르므로 개인적 취향을 강조할 수는 없겠지만, 문화적인 관심이 많고 색다른 공간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헤이리 예술마을에 가보라고 하고 싶다. 가장 큰 추천 이유는 ‘핸드메이드’의 매력 때문이다.

산업 혁명 이후 만들어진 대량생산 체제는 우리의 의식과 라이프 스타일에도 영향을 주었다. 도시든 지방이든 있는 자리만 다를 뿐, 누리는 의식주 형태는 찍어낸 벽돌처럼 동일해진 것이다. 어디를 가든 익숙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줄서 있으니, 우리는 선택을 고민할 필요가 사라졌다.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식당, 카페, 공간은 언제 어디서든 같은 수준의 품질과 서비스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말을 뒤집으면 아는 맛, 익숙한 서비스가 주는 매너리즘이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헤이리에는 갤러리, 박물관이 주류를 이루지만 책을 소재로 하는 공간, 음악감상실, 기념관, 연극관도 있다. 작가 스튜디오와 일부 갤러리에서는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특별한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게이트 1번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서 갈대광장 방향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투어 코스이다. 대부분의 공간들은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문을 닫으므로 방문하기 전에 휴무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소 :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82-105 홈페이지 www.heyri.net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헤이리에는 갤러리, 박물관이 주류를 이루지만 책을 소재로 하는 공간, 음악감상실, 기념관, 연극관도 있다. 작가 스튜디오와 일부 갤러리에서는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특별한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게이트 1번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서 갈대광장 방향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투어 코스이다. 대부분의 공간들은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문을 닫으므로 방문하기 전에 휴무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소 :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82-105 홈페이지 www.heyri.net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그런 점에서 볼 때 헤이리 예술마을은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서 지은 옷 같은 ‘핸드 메이드’ 공간이다. 1번 게이트 입구에 자리한 CU편의점을 제외하고, 이곳에는 우리가 잘 아는 패스트푸드나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는 없다. 획일성을 거부하는 ‘독창성’이야말로 헤이리가 탄생한 원동력이며 문화지구로서 경쟁력의 원천일 것이다. 그것은 헤이리 마을에 사는 회원들이 규정과 지침을 잘 지켜가고 있기에 가능하다. 마을을 만든 철학이 흐려진다면 헤이리는 흔한 쇼핑 타운이 될 것이며, 사람들이 굳이 거기까지 찾아가 시간을 보낼 이유도 없어질 것이다.

우리나라 1백 년 생활사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한국 근현대사 박물관. 최봉권 관장이 수십 년간 모은 자료가 전시된고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우리나라 1백 년 생활사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한국 근현대사 박물관. 최봉권 관장이 수십 년간 모은 자료가 전시된고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우리나라 1백 년 생활사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한국 근현대사 박물관. 최봉권 관장이 수십 년간 모은 자료가 전시된고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우리나라 1백 년 생활사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한국 근현대사 박물관. 최봉권 관장이 수십 년간 모은 자료가 전시된고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한국 근현대사 박물관

우리나라 1백 년 생활사를 조명하기 위해 최봉권 관장이 수십 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수집해온 7만여 점의 자료를 주제별로 전시한 입체형 박물관. 사실 우리가 살아온 20세기는 어느 세기보다 문화 변동이 컸다. 조선 왕조에서 고종이 세운 대한제국으로 바뀌었다가 일제 강점기에 시달렸고, 다시 한국전쟁을 겪었다. 그 시기에는 물자가 부족해 우리는 가난과도 사투를 벌여야 했다. 불과 50년 전 상황이다. 청소년들이 이 박물관을 둘러 보면 근현대사를 쉽게 이해할 것이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을 것이다. 반세기 전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을 하려면 19세 이상의 성인 7천 원, 소인 5천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한길책박물관과 연결된 ‘북하우스’는 책을 보거나 구입할 수 있고, 차도 마시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한길책박물관과 연결된 ‘북하우스’는 책을 보거나 구입할 수 있고, 차도 마시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우리나라 인문학 부흥을 이끌어 온 출판사 중 하나인 한길사가 책의 장인들이 만든 아름다움을 소개하려고 마련한 한길책박물관. 이곳에는 귀스타브 도레, 윌리엄 터너 등 유명 예술가의 다양한 화집과 17~19세기의 유럽 고서도 전시되어 있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우리나라 인문학 부흥을 이끌어 온 출판사 중 하나인 한길사가 책의 장인들이 만든 아름다움을 소개하려고 마련한 한길책박물관. 이곳에는 귀스타브 도레, 윌리엄 터너 등 유명 예술가의 다양한 화집과 17~19세기의 유럽 고서도 전시되어 있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굴참나무를 살려 지은 미술관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나타난 블루메Blume 미술관도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160년 수령의 굴참나무 한 그루와 거대한 회색 콘크리트 덩어리가 대화하듯 공존하는 모습을 보면, 손에 든 스마트폰을 들이대고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건축가 우경국이 기존의 굴참나무를 중심으로 감싸 안듯이 설계했다고 한다. ‘트리 가든’과 ‘매도우 가든’ 등의 야외 전시장에서는 정원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이곤 한다.

‘어번오프’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어서 어린 자녀들과 동행하기 좋다. 1,2층은 카페이며, 지하는 버드 플라잉 공간으로 앵무새를 만날 수 있다. 말하는 앵무새들이 많아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어번오프’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어서 어린 자녀들과 동행하기 좋다. 1,2층은 카페이며, 지하는 버드 플라잉 공간으로 앵무새를 만날 수 있다. 말하는 앵무새들이 많아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헤이리 마을의 길 중에는 ‘마음이 닿길’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거리가 있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헤이리 마을의 길 중에는 ‘마음이 닿길’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거리가 있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방송인 출신 황인용이 운영하는 뮤직 공간 ‘카메라타.’ 벽면 한쪽에 1만 장이 넘는 LP레코드가 장관.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방송인 출신 황인용이 운영하는 뮤직 공간 ‘카메라타.’ 벽면 한쪽에 1만 장이 넘는 LP레코드가 장관.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서울 명륜동에서 옮겨온 한옥 카페

헤이리 마을 언덕 위에 다소곳하게 앉은 한옥 한 채가 있는데 입구 팻말에 ‘소원 카페’라고 적혀 있어 올라가본다. 나무가 빽빽한 언덕 위의 집을 뜻하는 ‘구삼재’가 이 집의 이름이다. 1930년경 지은 도시형 주택으로, 재개발할 때 사라질 뻔했다가 헤이리로 옮겨져 건축가 최욱의 설계와 도편수 이준구의 시공을 거쳐 재탄생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창 곁에 앉으면 아름다운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한옥을 빙 둘러싼 야외 테라스도 멋지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가드너스’는 헤이리의 대형 카페답게 규모가 매우 크다. 3층까지 카페와 갤러리로 이어지며 야외의 테라스 공간도 좋다. 음료 외에 빵과 케이크도 제대로 만들어 풍미가 있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가드너스’는 헤이리의 대형 카페답게 규모가 매우 크다. 3층까지 카페와 갤러리로 이어지며 야외의 테라스 공간도 좋다. 음료 외에 빵과 케이크도 제대로 만들어 풍미가 있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고품격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대형 카페

이곳의 많은 카페들 중에서 ‘다운데어’는 호텔 라운지 같은 모던 인테리어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즉석에서 굽는 독일식 팬케이크 ‘더치 베이비’를 커피와 함께 맛보며 담소할 수 있는데, 좌석 사이의 거리가 넉넉하고 층고가 높아 더 쾌적하다. 1층은 커다란 통창이 사방에 둘러져 있어 실내임에도 실외에 있는 듯한 개방감을 준다. 2층은 테이블 곁에 콘센트가 있어 노트북을 켜고 업무가 가능하다. 대형 카페지만 분위기가 조용하고 차분해 찾는 사람이 많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북스테이 게스트 하우스 ‘모티브원’ 1층에서 편하게 책을 읽고 있는 투숙객들. 잠시 머무는 숙소가 아니라 내 집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북스테이 게스트 하우스 ‘모티브원’ 1층에서 편하게 책을 읽고 있는 투숙객들. 잠시 머무는 숙소가 아니라 내 집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북스테이 게스트하우스

2006년에 처음 오픈한 ‘모티브원’은 책들과 손때 묻은 물건들로 둘러싸인 보물 창고 같다. 들어서면 마치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온 느낌을 준다.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북스테이답게, 1층 공용 공간과 객실 5개에 흩어져 있는 책들을 모두 모으면 1만 4천 권이라고 한다. 서울 근교에 이렇게 자연 속에서 쉴 숙소가 있다니,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오면 좋겠다. 여행자의 하룻밤을 책과 함께 보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모티브원’의 공용 공간과 위층의 객실 5개에 흩어져 있는 책들을 모두 모으면 1만 4천 권이라고 한다. 자연 속에서 쉬기도 하고, 하룻밤을 책과 함께 보내기에도 안성맞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모티브원’의 공용 공간과 위층의 객실 5개에 흩어져 있는 책들을 모두 모으면 1만 4천 권이라고 한다. 자연 속에서 쉬기도 하고, 하룻밤을 책과 함께 보내기에도 안성맞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헤이리 카페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다운데어’이다. 음료와 디저트 구성도 좋지만, 모든 집기들이 최고의 디자인이어서 주인의 안목을 느낄 수 있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헤이리 카페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다운데어’이다. 음료와 디저트 구성도 좋지만, 모든 집기들이 최고의 디자인이어서 주인의 안목을 느낄 수 있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다운데어’의 1층은 커다란 통창이 사방에 둘러져 실내에 있어도 실외에 있는 듯한 개방감을 느끼게 한다. 2층엔 테이블 사이마다 콘센트가 있어 노트북을 켜고 업무가 가능하다. 대형 카페지만 분위기가 조용하고 차분해 찾는 사람이 많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다운데어’의 1층은 커다란 통창이 사방에 둘러져 실내에 있어도 실외에 있는 듯한 개방감을 느끼게 한다. 2층엔 테이블 사이마다 콘센트가 있어 노트북을 켜고 업무가 가능하다. 대형 카페지만 분위기가 조용하고 차분해 찾는 사람이 많다. 사진 박가원 객원기자

헤이리 마을을 걷다 보니, 길가의 나무들이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잠시 속도를 낮추고 생각을 멈추라’고 말이다. 오랜만에 느림의 미학을 만끽하다가 여행을 마무리하려니 아쉬운 느낌도 든다. 사실 이곳은 나의 좁은 보폭으로 돌아다니기엔 너무나 넓다. 그래서 하루에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인생도 경험을 다 해봐야 아는 게 아니듯, 여기도 몇 곳만 다녀보면 내가 원하는 것들이 보인다. 가끔씩 훌쩍 떠나고 싶을 때, 헤이리 만한 곳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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