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특집 ‘아무튼, 출근’이 정해지자마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매달 투머로우에 기고하고 있는 ㈜스탭스의 박천웅 대표였다. 출근에 앞서 필요한 것이 취업이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스탭스는 기업과 인재를 이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 외에도 취업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또한 박 대표는 대학생 멘토링 활동을 2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다. 누구보다 현직에서 출근을 장려하고 있는 박천웅 대표를 스탭스 사옥에서 만났다. 그에게 출근은 무슨 의미일까? 그만의 출근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표님의 출근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대표님의 첫 출근은 어땠나요?

벌써 40년도 더 지난 이야기네요. 삼성그룹 공채에 합격하여 4주간의 합숙 교육을 받은 후,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설계실에 배치를 받았습니다. 첫 출근 날, 사무실에 앉아 있던 100여 명의 직원들이 모두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박천웅 씨 환영합니다.”라는 말에 몸 둘 바를 몰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제가 대학을 다닐 당시에는 대부분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았습니다. 그중에 우리 집안은 조금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대학에 다니다가 군대를 갔다 오면 더 이상 학교를 못 다닐 것 같아서, 최대한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다녔습니다. 4학년 1학기를 마친 뒤에야 군대에 갔고, 제대하자마자 바로 취업 준비를 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은 비슷한 거 같습니다. 취업에 모든 것을 걸 만큼 간절하죠. 취업을 준비할 때 취직한 선배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그 후에 삼성그룹 공채에 합격했는데, 저를 뽑아준 회사가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출근할 때마다 즐겁고, 감사하고, 출근 자체가 설렜습니다.

출근 자체가 설렜다니, 대표님에게 회사는 각별한 곳이었군요.

저는 학교에 다닐 때 똑똑한 학생도 아니었고, 모범생도 아니었습니다. 사회에 발을 내딛기에도 준비가 미흡한 사람이었습니다. 지식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있으니까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고, 그 일을 함으로써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신입사원 때 처음 배치된 부서가 설계실이었는데, 암호 문자 같던 설계도면을 보면서 얼마나 막막했는지 모릅니다. 설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밤이 늦도록 공부했습니다. 일을 제때 마치지 못해서 다른 사람보다 일찍 출근해서 일했던 날들도 많았죠. 그 덕에 많이 배웠습니다.

삼성전자에서 20년 정도 일하셨습니다. 그곳에서의 마지막 출근도 기억하시나요?

제가 1978년에 입사해서 1998년에 나왔으니 딱 20년을 일했네요. 설계실에서 일을 배운 뒤 일본 동경 주재 연구원으로 갔습니다. 그 당시 일본은 전자 공업 관련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배울 게 많았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기술을 배울 뿐만 아니라, 제품 동향을 파악하고 신기술을 도입한 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 당시 비디오테이프 녹화기(VCR) 관련 사업을 하기 위해 기술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주말이 되면 일본 기술자들이 와서 가르쳐주고, 배운 그대로 만듭니다. 그런데 안 되는 겁니다. 흉내는 내는데…. 기술을 배우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일본 주재원으로 있으면서 항상 ‘일본을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가, 일본의 기술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 이게 지상 최대의 과제였습니다(하하). 그렇게 10년을 연구원으로 일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전자연구소 연구개발 팀장, 사업기획, 경영기획 등 다양한 분야의 임원으로 일을 경험했습니다.

마지막 출근은, 출근보다는 마지막 퇴근이 더 기억납니다. 일이 너무 바쁜 날이었습니다. 본사에서 계속 연락이 오길, 오늘 꼭 만나야 한다고 하더군요.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서 다음날 보면 안 되겠느냐고 했더니, 기다릴 테니 늦더라도 만나자고 했습니다. 늦은 밤, 해임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때가 IMF 위기로 회사도 어려울 때라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해임 통보를 받고 회사를 걸어서 나오는데 사막 한가운데에 떨어진 기분이 들더라고요.

IMF 위기 때 많은 가장들이 직장을 잃었죠…. 앞이 막막했을 것 같습니다.

네, 참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해임 통보와 함께 새로운 업무를 맡았습니다. 구조조정 차원의 분사 기획 업무였습니다. 본사에서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를 사람과 함께 내보내 회사의 몸집을 줄이는 프로젝트였죠. 그 과정에서 인사 총무 부분을 분사하였고, 저는 ㈜스탭스의 사장이 되었습니다. 어떤 준비도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어떤 준비도 없이 한 회사의 사장이 된 셈이죠.

기반도 없는 작은 회사였지만 갈 곳이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IMF 때 퇴직하여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일이 있다는 것과 갈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알았기에 늘 감사한 마음으로 출근했습니다. 스탭스가 그렇게 세워진 회사였군요. 갑자기 사업을 시작했는데, 어떠셨나요? 기왕 시작한 거 정말 잘해보고 싶었습니다. 나를 믿고 함께 와준 직원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었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중소기업은 사장의 그릇 이상으로 클 수 없다.”라는 말이 있기에, 제 역량을 넓히려고도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한 10년 정도 열심히 일하고 나니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처음엔 내가 잘되고, 회사가 잘되고, 직원이 잘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고객이 보이더라고요. 우리 회사에 일을 주는 고객이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라는 걸 깨닫고 나니, 그분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겠다 싶었죠. 그래서 회사 내부적으로는 ‘고객은 생각의 출발이자 행동의 기준’이라 여기며 일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고마움으로 시작되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출근할 때는 나를 고용해준 회사가 고맙고, 회사를 운영할 때는 찾아주는 고객이 고맙고요.

그런가요?(하하) 사실 이 마음을 가질 수만 있다면 나쁠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회사 보고 입사하고, 상사 보고 퇴직한다”라는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실제로 회사에 다니다 보면, 일 자체의 어려움보다는 상사와 부하 직원, 동료와의 갈등 때문에 퇴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견해 차이를 느끼거나, 야단을 맞거나, 고객과 갈등을 겪는 일 등은 사회생활에서 비일비재합니다. 이는 회사의 신입사원부터 간부, 임원, 사장까지 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데 고마운 마음이 있다면 이런 갈등쯤은 넘어갈 수 있습니다. 어렵긴 해도 고마움이 더 크니 다시 출근하는 거죠. 그렇게 넘다 보면 덤으로 역량도 커지고요.

저에게도, 출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마음가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출근하기 위해서는 취업부터 해야 하는데, 취업이 어렵다보니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요즘 일자리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취업한다는 건 회사의 선택을 받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할 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필요로 할 때 들어갈 수 있는 거죠. 원하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면접 기회가 없거나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 내가 원하는 기업에 입사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취업은 선택하는 것이 아닌 선택 받는 것이기 때문에, 나를 선택해주는 회사가 있다면 그곳에 입사해 승부수를 두는 건 어떨까요?

조금 부족하고 길이 험하더라도 그 길에서 뛰다보면 역량이 생길 것이고, 이후에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갈 기회도 생길 것입니다. 포기하거나 좌절하기보다는 한 번 더 움직여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박천웅 대표와 인터뷰를 마치며 지금껏 그가 다녔을 출근길을 떠올렸다. 어느 날은 자신을 뽑아준 회사가 고마워서, 어느 날은 부족한 업무 능력을 쌓으려고, 어느 날은 바쁜 업무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며 출근했을 것이다. 그렇게 20년을 다닌 회사에서 해임 통보를 받은 다음 날에도, 그는 다른 길이지만 다시 출근했다.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랐지만 걸었다. 그리고 거기에도 길이 있음을 발견했다. 걷지 않았으면 몰랐을 길이었을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그렇게 출근하지 않을까? 길이 있을 걸 알기에 그의 발걸음은 오늘도 가볍다.

알짜취업특강

대기업 vs 중소기업

대기업이 장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큰 조직이다 보니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많고, 일과 조직이 체계화되어 있다. 또한 대외적인 기업 신뢰도도 관리하기 때문에 직원 복지나 교육에 투자도 많이 한다. 반면 업무가 세분되어 있다 보니 일을 부분만 알기 쉽고, 다른 분야를 경험하기는 어렵다.

중소기업의 경우엔 일을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의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본인이 조금만 열심히 한다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소신껏 일해보고 싶다면 중소기업에 지원할 것을 추천한다. 나중에 개인 사업을 운영하는 노하우까지 익힐 수 있으니 말이다.

최근 떠오르는 분야

4차 산업의 핵심이자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큰 트렌드인 ‘비대면 관련 사업 분야’가 계속 커질 예정이다. 비대면 관련 영상 촬영, 편집 기술 등의 공부를 시작해보길 추천한다. 이 분야는 이제 시작하는 분야이기에 지금부터 공부하더라도 현장에 들어가서 근무하기에 적합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AI나 소프트웨어 개발 쪽으로 가면 좋겠지만, 거기까지가 아니더라도 인공지능이든 메타버스Meta verse든 전문가가 많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6개월이나 1년 정도 열심히 공부한다면 미래에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서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취재 최지나 기자 사진 박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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