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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새로운 선택을 담아가세요

기사승인 2022.04.20  13: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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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의 작은 도서관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동안 많은 학교와 도서관, 유치원, 노인정 등이 문을 닫았다. 매일 다니던 곳이 문을 닫으니, 집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지고 사람 만나는 일은 줄어들었다. 그런 시기에 ‘작은 도서관’이 개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곳에 와서 공부하고, 책을 읽고, 사람도 만나면서 좋은 생각과 지혜들을 담아가길 바란다.’는 신선미 관장을 만나러 셰익스피어 도서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는 분들도 만나 커뮤니티 도서관의 여러 면모를 살펴 본다.

‘셰익스피어의 작은 도서관’이라니, 도서관 이름이 굉장히 멋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책을 읽어보셨다면, 많은 감동을 받으셨을 거예요. ‘베니스의 상인’, ‘햄릿’, ‘맥베스’ 등 그의 책을 읽다 보면, 다른 작가에게선 찾아보기 어려운 깊은 지혜를 엿볼 수 있어요. 차원이 다른 스토리 전개에 푹 빠져들게 되죠. 아마 이런 점이 셰익스피어를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작가로 꼽는 이유일 거예요. 그가 쓴 책처럼, 이 작은 도서관에 온 많은 사람들이 감동, 지혜, 사고를 담아가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서 ‘셰익스피어의 작은 도서관’이라 이름 지었어요. 이름처럼 규모는 작아도 감동은 크길 바랍니다.

작년 말에 도서관을 개관했습니다. 국립도서관도 문을 닫거나 개방 시간을 단축하는 시점에 개관한 이유가 있을까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람들 사이에 직접적인 교류가 줄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은 늘었지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저는 이런 부분이 안타까웠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야 하는데, 핸드폰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들여다보고만 있으면 되거든요. 수많은 정보들이 홍수처럼 머리를 스쳐지나 가니까 잠시 멈춰서 생각할 시간조차 필요치 않은 거지요.

‘지금처럼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시대에 무얼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너무나 익숙한 ‘책’이 매개체가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저자뿐 아니라, 책의 주인공과 만나 교류하게 되니까요. 또한 양질의 책을 읽고 다양한 지식을 접하다 보면, 수많은 정보가 범람해도 올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만으로 도서관을 개관한다는 게 무모해보였습니다만, 저와 비슷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분들이 계셨고, 그분들과 차근차근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많은 책을 기증받아 개관식을 했습니다.

도서관에서 특강도 준비하고 갤러리처럼 미술 전시도 연다고 들었습니다. 작지만 다양한 행사로 알차게 운영되고 있네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도서관을 알리고자 셰익스피어의 작은도서관 개관 기념으로 특강과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물론 장소 크기에 비해 기획이 큰 행사였지요.  전시 기간 중에는 천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도서관을 찾아주셨습니다. 도서관 공간을 강연, 전시회에 맞게 그때마다 변화를 주어 진행했는데, ‘처음엔 이게 될까?’ 싶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도서관의 취지에 공감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계절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도서관 모습 외에 더욱 다채로운 모습으로,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혹시 앞으로 기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최근에는 대학생‧청년 서포터즈를 모집해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입니다. 한국어만 가르쳐 주기보단, ‘낭독’을 함으로써, 작가가 전하고 싶은 마음, 등장인물의 감정들도 함께 읽어갑니다. 언어능력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수업 후엔 프리토킹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서로에게 친구가 될 수 있는 시간이니, 이 또한 모두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도서관을 찾는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이지요.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이다.”라는 뜻인데요. 이 말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하루하루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합니다. 더 합리적이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묻거나,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비슷한 문제를 겪는 사람들의 선택도 들여다보지요. 선택은 비단 어른들만의 몫이 아닙니다. 어린 아이부터 학생들, 그리고 이미 많은 선택을 해오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자기의 몫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선택 앞에 신중해지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무게를 견디며 살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도서관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책과 사람 간에 교류가 생긴다면, 그리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면, 조금 수월하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도서관이 되길 바랍니다. 작품을 보고 가는 게 아니라 마음의 어려움이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아요.

기자가 도서관을 찾은 시점은 3월 중순이었다. 서초구 우면산 아래에 위치한 ‘셰익스피어의 작은 도서관’ 앞에는 작은 꽃밭이 있었고, 그곳엔 이제 막 활짝 핀 꽃과 새싹들이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도서관과 닮아보였다. 크든 작든 꽃이 피면 향기가 퍼지듯, 어느새 시민들에게 이 도서관만이 가진 향을 퍼트리고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변화무쌍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신선미 관장의 말처럼 새롭고 따뜻한 마음을 받아가길, 그리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조현주 기자 realantiq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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