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정상이 모여 합의한 ‘한미일 청년 서밋’ 개최

지난해 8월, 미국 워싱턴 D.C. 인근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귀국 후 회담 성과를 말하면서 “세 나라의 청년 리더들이 함께 모여 글로벌 리더십 역량을 개발하고 연대를 강화하는 ‘한미일 청년 서밋(정상회담)’이 신설된다.”고 했다. 매년 세 나라의 청년 리더들이 모여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인데, 올해 7월 초에 열릴 첫 개최지로 부산이 결정되었다.

‘한미일 청년 서밋’은 국가정상들뿐 아니라 청년 리더들의 연대감도 구축해두겠다는 관계 지속성을 담보로 한다.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안인 만큼 세계적인 관심이 쏠릴 것이며, 우리 청년들이 글로벌 리더로 진입하는 데 든든한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청년 리더는,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한 통찰력과 국제사회의 실제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해외에 가서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국제자원봉사활동’(International Voluntary Service : 언어, 종교, 정치, 경제적 차이 등을 초월해 자신의 시간, 능력을 사용하여 국제적 봉사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활동.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서구 민간단체들과 유엔기구가 이 분야의 효시)에 참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해 8월, 윤석열 대 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한미 일 정상회담에서 청년 서밋 개최에 합의했다.사진 대한민국 대통령실

국제자원봉사활동의 시작점

20세기 최초의 대규모 국제전이었던 1차 세계대전. 결국엔 세상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끝났다. 그 후 유럽에서는 폐허를 복구하려는 민간단체들이 일어났고, 2차 세계대전 중반에는 국제구호개발기구들이 하나둘 등장했다. 영국의 옥스팜Oxfam은 그리스의 기근을 구제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모금 활동을 하면서 설립된 단체로, 이를 계기로 국제 NGO(비정부기구非政府機構)들이 생겨났다.

당시엔 모두가 가난했고 물자도 턱없이 부족했기에 ‘서로가 서로를 돕기 위해’ 이런 단체들이 절실히 필요했다. 하지만 국가별 경제적 차이가 심해지면서 상부상조의 수평적인 구제활동은 점차 줄어들었다. 대신에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국제자원봉사활동은 더욱 조직화되면서 국제개발협력(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미국 청년봉사단 피스코 단원들은 현지 실정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쌓아 훗날 그 나라 전문가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사진제공 news.wwu.edu

한국을 도운 미국의 피스코Peace Corps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1970년대까지 해외의 원조를 받는 ‘수혜국’이었다. 전쟁의 상흔에 시달리던 우리가 오늘날 ‘선진 공여국’으로 발전하기까지는 각국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한몫을 했다. 그중에 미국의 피스코Peace Corps 역할이 단연코 컸다. 케네디 대통령이 1961년에 설립한 청년봉사단 피스코는 약 2년 동안 빈민국에 파견되어 그 나라의 언어와 풍습을 따르고, 그곳 국민들과 비슷한 생활 수준으로 살아갔다. 한국에 온 피스코 청년들은 영어를 가르치고 환경 개선 봉사활동을 했으며, 현지의 실정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훗날 한국 전문가로도 활동했다. 

실제로 미국의 영향력 있는 정치 지도자들 중에는 피스코 출신들이 있다. 대표적 인물로서 2004년 주한 미국 대사를 역임하고 2005년부터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역임했던 크리스토퍼 힐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대표는 외교관이 되기 전 1974년부터 2년간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주한 미국 대사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를 역임했던 캐슬린 스티븐스 전 대사도 1975년부터 2년간 미 평화봉사단원으로서 우리나라 부여와 예산에서 영어교사로 활동했으며,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도 가지고 있다. 이외에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도 평화봉사단원 출신이다. 또한 피스코를 통해 미국의 앞선 지식과 선진 문화를 경험한 한국 및 개도국 청년들은 성장 후에 자국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피스코 한국 파견은 1981년에 중단된다. 우리나라 경제가 이전보다 훨씬 발전했고 우리보다 더 빈곤한 나라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올림픽 이후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 변화  

우리나라도 서서히 ‘세계를 향해’ 눈을 돌릴 시기가 왔다. 1988년을 기점으로 올림픽 개최국이 되었고 국가재정도 흑자로 전환되었다. 올림픽 때 자원봉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제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사회 인식도 함께 높아졌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따라 1990년 중반에 자원봉사 활동이 급물살을 타며 발전해갔다. 1992년 정부가 한국국제협력기구 코이카KOICA를 설립하면서 풀뿌리 자원봉사활동이 사회 전반에 확대되었고,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을 공교육에 포함시키는 ‘5.31 교육개혁안’ 통과로 학생자원봉사가 의무화된 것이다.

또한 대기업들도 적극 동참하면서 우리나라의 자원봉사는 양적 성장이 가능했다. 1994년에 30여 개 주요 민간자원봉사단체들이 모여 한국자원봉사협의회를 출범했고, 사법부와 행정부도 공무원 연수과정에 자원봉사활동을 포함시켰다. 1995년엔 한양대학교를 비롯한 10여 개 대학이 ‘사회봉사’를 교양과목으로 신설했다. 자원봉사는 곧 시민의 글로벌 의식을 높여주는 삶의 방식이 되었고 활동 영역도 넓고 다양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자원봉사에 대한 이해도가 커져, 유엔은 2001년을 ‘세 계자원봉사의 해’로 제정하였고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추어 2005년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을 제정하였다.

교육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현지 초등학생 들에게 영어로 노래를 가르치고 있다.  사진제공 www. goodnewscorps.com

휴학 후 1년 해외로 떠나는 ‘통큰 프로그램’ 

글로벌 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해외로 몰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런 흐름은 자원봉사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2~3주짜리 단기 코스가 대부분이라서 해외봉사의 맛보기에 그치기 일쑤였다. 어쩌다 2~3개월짜리 ‘제법 긴’ 프로그램도 나왔지만 하던 일, 다니던 학교를 몇달 뒤로 하고 선뜻 받아들이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외국에 본사를 둔 단체도 아니고, 우리 자생의 민간단체로 2002년에 설립된 굿뉴스코Good News Corps에서 학교를 1년 휴학하고 해외에서 봉사하는 ‘통큰’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당연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첫해엔 14명의 대학생들을 10개 나라로 보내는 작은 규모였지만, 해를 갈수록 자원자가 늘어나 23년간 굿뉴스코 프로그램 누적 참가자는 10,165명(2024년 1월 기준)에 이르고 있다.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남태평양 군도까지 1백여 나라에 흩어져 1년 동안 현지 봉사활동을 하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굿뉴스코 단원들은 현지인들에게 자주 강연을 한다. 주로 마음의 세계를 쉽고 자세히 가르쳐준다.  사진제공 www.goodnewscorps.com
굿뉴스코 단원들은 현지인들에게 자주 강연을 한다. 주로 마음의 세계를 쉽고 자세히 가르쳐준다.  사진제공 www.goodnewscorps.com

남다른 굿뉴스코 해외봉사자들 

‘도전, 변화, 연합’이라는 모토 아래, ‘내 젊음을 팔아 그들의 마음을 사고 싶다!’는 슬로건을 내건 굿뉴스코는 무엇을 베푸는 자선활동만 하지 않는다. 낯선 문화이지만 현지인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배려하며, 그러기 위해 그들이 먹는 음식을 함께 먹고, 그들이 추는 춤을 함께 추고, 그들의 언어를 배워 마음속 대화를 함께 나눈다.
그래서 봉사를 다녀온 대학생들은 그곳에서 주고받은 사랑과 보람, 넘치는 감사와 감동을 주변에 전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자원봉사의 ‘해피 벨트’를 확장해간다. 봉사 영역과 목적도 기초 교육에서 양성 평등, 아동 보호, 질병 퇴치, 환경 개선, 기술 전수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현지인 삶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 아울러 인종과 언어, 종교를 초월해 궁극적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풀뿌리 역할도 담당한다.

국제자원봉사의 사회적 기여

해외봉사를 하면서 쌓인 현지 정보와 문화적·언어적 이해 능력은 개인 역량에 속하지만, 국가적 차원에 볼 때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는 중요한 ‘인력 풀’이다. 지역 전문가는 결국 관계로부터 비롯되며,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봉사자는 공식적인 교육 외에도 단합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친목을 다지는 노력이 중요하다.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가치를 발견하는 것 그래서 만들어진 봉사자와 현지인 간의 유대감이 거미줄처럼 얽혀진 네트워크는 사람을, 국가를, 나아가 세계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된다.
네트워크의 좋은 사례의 하나로, 18세기 유럽에서 엘리트 청소년 양성에 선풍을 일으킨 ‘그랜드 투어Grand Tour’가 있다. 대륙에서 떨어진 섬나라 영국의 귀족 자제들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문화 선진국을 3~5년씩 장기간 여행을 다니면서 견문과 지식, 인맥을 쌓았는데 그때 맺은 네트워크로 인해 영국은 대영제국 전성기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역사학자들은 평가한다.
대학생들이 해외로 봉사를 가면 우리나라의 귀중한 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알려서 국제적인 연대를 형성할 수 있고, 우리 문화의 전파와 그들의 문화를 수용함으로써 호혜적 관계도 키워갈 수 있다. 따라서 자원봉사자들의 사회적 기여도는 숫자로 보이는 단순 효과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 하겠다.

시대 요구에 맞춰 발전하는 해외봉사

유엔은 70차 총회에서 인류 공동의 목표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하고, ‘단 한 사람도 뒤처지게 놓아두지 말라Leave no one behind’는 새 슬로건을 선포했다. 이에 발맞춰 최근의 굿뉴스코는 양질의 교육을 모든 사람들이 받을 수 있도록 현지에서 교육 관련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가르치는 봉사자들이 배우는 학생들 이상으로 얻는 게 많다. 1년간 지내면서 미처 몰랐던 자신의 또 다른 면모를 깨닫는 것이다. 좌절과 그 너머에 있는 희망, 진정한 감사 등 학교에서 배울 수 없던 무형의 것들을 터득한다. 살아 있는 현장학습이다. 이런 깨달음을 얻은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 많아질수록 미래를 향한 희망의 농도도 더 진해질 것이다.
자원봉사의 기본 가치인 자발성, 무보수, 공익성, 지속성을 지속해오고 있는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의 여러 자료들을 살펴볼 때, 봉사를 마치고 오는 청년들의 표정에 긍정의 변화가 흠씬 묻어 있다. 그들은 나눠주고 공유하는 타자지향적인 삶의 진가를 맛보았고, 때로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살 때 더 행복하며 심지어 숭고해지기까지 한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굿뉴스코 해외봉사 여행은 청년이라면 누구나 가봐야 할, 가장 가치 있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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